M&A·공급망 협력 잰걸음
기술·인재·속도 3박자 강조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기술·인재·속도 세 가지 키워드를 앞세워 '뉴삼성' 구축을 위한 미래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인수합병(M&A) 등 초격차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취임 후 사법리스크 등으로 조용한 행보를 이어왔던 이 회장이 최근 안팎으로 분주하게 뛰기 시작했다. 특히 그는 생산과 규모의 경제에 주력했던 과거의 삼성의 모습에서 탈피해 기술과 인재, 그리고 속도를 중심으로 그룹 패러다임 전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플랫폼, 데이터, 인재를 아우르는 AI 경쟁력 확보가 기업의 핵심 자산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전방위로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주요 사내외 회의에서 AI 기술을 단순한 제품 경쟁력이 아닌 산업 전반의 '게임 체인저'로 규정하고, 생태계 주도권 확보의 중요성을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지난 2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이 참석한 'AI 3국 정상 회동'에서도 AI 생태계 주도권에 대해 주목한 바 있다.

그는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미래를 위한 투자는 멈춰선 안 된다"는 의지를 밝힌 데 따른 대형 M&A와 선제적 투자도 적극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자회사 하만을 통해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달 독일 공조 회사 플랙트를 인수할 당시 인수합병(M&A) 관련 사내 메시지에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설명하며 '생태계 확보 전략'을 거론한 바 있다. 이는 기술 초격차를 넘어 생태계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기회는 기술에서 나오고, 기술은 사람에게서 나온다"며 인재 중심의 미래 전략을 강조한 바 있다. 뉴삼성은 단순한 사업 재편을 넘어, AI 생태계 중심에 서는 글로벌 초격차를 실현하겠다는 이 회장의 장기 비전이자 전략이다.

   
▲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3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정부 투자 약속...AI 생태계 위한 빅딜 가능성도

이 회장이 그간 AI 생태계를 강조해온 만큼 시장에선 삼성이 조만간 하만을 뛰어넘는 AI 관련 빅딜을 발표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하만 이후 그렇다할 빅딜도 없거니와 최근 인수한 기업들의 분야도 결국 전장 오디오와 공조 분야라는 이유에서다. 현재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 규모를 고려했을 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말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3월 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105조 원으로, 차입금을 뺀다면 순현금은 94조 원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AI 칩 설계와 데이터 분석 분야 유망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협력 논의가 진전되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 삼성전자는 최근 인수한 플랙트를 통해 AI 공조 사업에 물꼬를 튼다는 방침이지만, 정작 본업인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이어져오고 있기도 하다. 또 최근 반도체 제조사 퀄컴이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만큼 삼성 AI 반도체 부문의 M&A 가능성도 점쳐진다. 

여기에 정부가 뒷받침하는 환경까지 조성된다면, 뉴삼성을 향한 이 회장의 AI 생태계 확보 전략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유세 시절부터 AI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관련 산업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 대통령은 최근 취임선서식에서도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이 또한 삼성의 AI·반도체 관련 빅딜 가능성을 점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이 내세운 ‘기술·인재·속도’는 곧 뉴삼성을 이루기 위한 실행 전략"이라며 "AI 생태계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규모와 속도가 곧 경쟁력이 되는 만큼 내부 조직 혁신은 물론 외부 협력 그리고 M&A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AI 생태계 중심에서 글로벌 초격차를 실현하겠다는 이 회장의 장기 비전이자 전략인 뉴삼성. 그의 시계와 시간은 분주하게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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