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의 과도한 부채와 인구 고령화, 산업 경쟁력 도태 등 문제가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 일본과 닮은 한국경제의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부채를 줄이고 가계부채 관리 기조 지속하는 등 과감한 구조개혁과 혁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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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행 전경./사진=일본은행 홈페이지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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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일본경제로부터 되새겨볼 교훈'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경제가 여러 분야에서 일본의 전철 밟고 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채는 2023년 207.4%로, 일본 버블기 최고 수준(1994년의 214.2%)에 가깝다.
일본은 버블 붕괴 후 자산시장과 연계된 부채가 연쇄 부실화하면서 은행 위기로 이어졌고,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부동산업이나 좀비기업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자원배분 왜곡이 발생한 경험이 있다. 한은은 "우리 경제가 여러 분야에서 일본의 전철 밟고 있다"면서 "정밀한 거시건전성 규제 운용, 통화정책과의 공조 강화, 가계부채 관리 기조 견지, 신속·과감한 구조조정 등으로 부채 비율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버블 붕괴 시기부터 출산율 저하와 급속한 고령화로 노동 투입이 줄어 잠재성장률이 하락했고, 저성장 우려로 물가가 떨어졌다. 일본이 만일 인구구조 변화에 적절히 대응해 2010년부터 인구가 줄지 않았다면 2010∼2024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0.6%포인트(p)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생산연령인구는 2017년, 총인구는 2020년을 각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는 일본보다 빠른 속도다. 저출산·고령화는 일본경제를 장기침체에 들어서게 한 주요 요인으로 대응이 늦어질수록 큰 비용을 오랫동안 치러야 하는 만큼, 우리나라도 하루라도 먼저 정책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전향적인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한은은 "유휴 인력의 생산 참여 확대, 혁신 지향적 교육 투자 강화 등으로 노동력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확충해 나가야 한다"며 "외국인 노동력을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해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출산율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23년 240.0%로, 세계 최고 수준인데 인구 고령화로 연금,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 지출이 늘어나는 구조적 적자가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 정부 부채 비율은 2023년 50.7%로 비교적 건전한 수준이나,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특히 경기 위축 대응을 위한 적자 재정 이후에는 흑자 재정으로 재정 여력을 복원하는 관행을 자리 잡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선 "경기 대응 수단이지 경제 체질 개선 수단이 아니다"라며 "잠재성장률 제고는 구조개혁을 통해 가능하고, 통화정책을 이를 보완하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요한 노르베리가 '피크 휴먼'에서 설파한 것처럼 한 국가의 흥망성쇠는 운명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라며 "일본의 과거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 우리 경제 수준이 비해 노후화한 경제 구조를 혁신·창조적 파괴해야 우리 경제가 다시 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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