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클래스 전통 계승한 전기 SUV…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서울~강릉까지 왕복 600km 주행…1회 충전 주행거리 392km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오프로더의 대명사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가 전기차 시대에 발맞춰 새롭게 태어났다. 벤츠의 첫 전동화 G-바겐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이하 G 580)'는 격변의 전기차 시대에 '전설'의 무게감을 고스란히 지켜낸 모델이다.

전설의 외형과 철학을 간직한 채, 전기 모터의 정밀한 제어력과 첨단 기능으로 무장한 G 580은 기존 내연기관 모델과 동일한 사다리형 프레임 구조를 기반으로 각진 실루엣과 압도적인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정면./사진=김연지 기자
   
▲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정측면./사진=김연지 기자

최근 서울에서 속초, 강릉까지 왕복 약 600km를 주행하며 G 580을 직접 경험했다. 시승차는 국내에 70대 한정 판매된 '에디션 원' 모델으로 AMG 라인 익스테리어와 나이트 패키지가 적용돼 G 580의 강렬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차체 색상은 매트한 질감의 파란색 '마누팍투어 사우스 씨 블루 마그노'로 빛의 각도에 따라 고급스럽고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G 580은 G-클래스 특유의 각진 실루엣을 그대로 계승했다. 전기차지만 겉모습만 보면 큰 변화를 느끼기 어렵다. 원형 헤드램프와 각진 보닛, 돌출된 도어 경첩, 투박한 범퍼까지 모두 그대로다. 문을 여닫을 때 들려오는 묵직한 '철컥' 소리마저도 여전하다. 바뀐 게 없다는 것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G-클래스를 상징해온 물리적 요소들이 이제는 브랜드의 감성이자 정체성이 됐음을 보여준다.

   
▲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측면./사진=김연지 기자
   
▲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측면./사진=김연지 기자

전면부는 각진 보닛과 원형 LED 헤드램프, 수직으로 솟은 차체 비율이 전통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전기차 특유의 폐쇄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G-클래스의 상징성과 위용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측면은 클래식한 박스형 비율에 블랙 휠과 블루 캘리퍼, 전동 사이드스텝을 더해 기능성과 시각적 포인트를 모두 잡았다. 시승차 전용으로 바닥에 ‘Stronger Than Time’ 문구를 투사하는 사이드 프로젝션도 인상적이다. 후면에는 전통적인 스페어타이어 대신 전용 충전 케이블이 내장된 '디자인 박스'가 장착됐다.

실내에 들어서면 수평형 대시보드를 중심으로 한 G 클래스 고유의 구조와 최신 디지털 감성이 조화를 이루며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완성한다. 운전자 앞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미디어 디스플레이는 매끄럽게 연결돼 있고, 조수석 앞 손잡이에는 ‘EDITION ONE’ 명판이 부착돼 특별함을 더한다.

   
▲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실내./사진=김연지 기자
   
▲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컵홀더./사진=김연지 기자

실내도 마찬가지다. 수평형 대시보드, 독립형 손잡이, 짧은 대시보드로 인한 탁 트인 시야 등 익숙한 구성이 이어진다. 실내 곳곳에는 고급 소재가 아낌없이 사용됐다. 나파 가죽 시트에는 파란 스티치가 더해졌고, 블루 앰비언트 라이트는 조용히 공간을 감싸며 감각적인 무드를 조성한다. 컵홀더는 음료를 차갑게 혹은 뜨겁게 유지하는 기능이 있으며, 설정에 따라 빨간색(온열), 파란색(냉각) 조명으로 운전자에게 상태를 직관적으로 알린다.

G 580은 4개의 전기 모터가 각각의 바퀴를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방식으로 구동된다. 각 모터는 146.75마력을 발휘하며, 총 시스템 출력은 587마력, 최대 토크는 117.6kg·m에 달한다. 사다리형 프레임 하부에는 118kWh 용량의 대형 배터리가 탑재돼 있으며, 국내 인증 기준 복합 주행거리는 392km다.

   
▲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실내./사진=김연지 기자
   
▲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실내./사진=김연지 기자

가속감은 전기차답게 즉각적이면서도 부드럽다. 단순히 빠른 느낌이라기보다는 묵직한 위압감을 동반한 움직임이다. 높고 큰 차인 만큼 고속 주행시 흔들림을 예상했지만 안정적으로 차체를 제어하며 기대 이상의 안정감을 줬다. 

바디온프레임 특유의 투박함을 상상했지만 잔진동을 효과적으로 잘 걸러냈고, 노면 충격이 탑승자에게 거의 전달되지 않았다. 댐퍼와 서스펜션의 조율이 매우 정교하게 이뤄졌으며 이는 곧 실내에서 느껴지는 정숙성과 안락함으로 이어진다. 

   
▲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전기차 충전 시 디스플레이 화면./사진=김연지 기자
   
▲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전기차 충전하는 모습./사진=김연지 기자

코너에서 속도를 즐기기 위한 차량이 아닌 만큼 물리적 한계도 느껴졌다. 약 3.3톤에 달하는 공차 중량은 회전 시 명확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우려했던 것보다 핸들링이 유연했고, 쏠림현상도 크지 않았다. 또 전기 모터의 정교한 제어력과 하체 완성도는 '이 정도면 오히려 대단하다'는 감탄으로 이어졌다.

G 580에는 상징적인 기술들이 탑재됐다. 대표적인 것이 'G-턴'이다. 4개의 전기 모터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바퀴를 회전시켜 차량을 제자리에서 돌리는 기능이다. 시승 중 실제 사용은 하지 못했지만 좁은 임도나 오프로드 탈출 상황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능이다. 회전 반경을 줄이는 'G-스티어링'도 탑재돼 저속에서는 민첩함, 고속에서는 안정감을 동시에 추구한다.

   
▲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후면./사진=김연지 기자
   
▲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후측면./사진=김연지 기자
   
▲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후측면./사진=김연지 기자

또 물리적 디퍼렌셜 락 대신 '지능형 토크 벡터링'이 적용돼, 오프로드 환경에서도 네 바퀴에 적절한 구동력을 분배한다. G 580은 최대 850mm 도하, 45도 정면 경사, 35도 측면 경사에서도 버틸 수 있다. 단순히 험지를 버티는 차가 아닌, 오히려 더 능동적으로 '길을 만들어가는 차'로 진화했다.

G 580은 전기차로 다시 태어난 G-클래스다. 바뀐 것은 동력 방식일 뿐, 본질은 그대로다. 전기차 시대에도 전설은 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똑똑해지고 강력해졌다. 시승차는 국내 70대 한정 판매된 '에디션 원' 트림으로, 나파 가죽 인테리어와 파란 카본 트림, 부메스터 3D 서라운드 시스템, 돌비 애트모스까지 고급감을 전방위로 강화했다. 가격은 개별소비세 인하 기준 2억426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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