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이스라엘과 이란 간 교전으로 인해 국내 산업계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란이 원유 물동량의 핵심 경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유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정유·석유화학업계는 물론 다른 산업군에서도 원가 부담에 시달리면서 경영 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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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공습한 이란의 원유저장소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사진=연합뉴스(로이터) |
◆국제유가 일제히 급등…이스라엘-이란 분쟁 영향
16일 업계에 따르면 15일(현지기산) 기준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75.67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 선물 역시 배럴당 77.9달러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유는 지난 12일 대비 11.2%, 브렌트유는 12.3% 각각 상승한 수치다.
두바이유도 지난 13일 기준 배럴당 72.49달러를 기록하면서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70달러대에 진입했다.
이처럼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는 이유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이란에 대규모 선제 공습을 감행했다. 이로 인해 핵 시설 심장부가 파괴됐으며,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과 호세인 살라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등 군부 수뇌부도 사망했다.
이란에서도 이스라엘을 향한 맞공습에 나섰다. 이스라엘 주요 도시인 텔아비브와 하이파에 미사일과 드론 등을 대거 발사했고, 공격 개상은 군과 에너지 관련 시설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글로벌 원유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중동 지역의 공급 불안으로 이어지면서 국제 유가를 끌어올렸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공격을 멈추면 보복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스라엘은 공격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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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국가산업단지./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정유업계, 유가 상승으로 장기적 부담 확대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 고유가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정유업계는 공급망 리스크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이란이 글로벌 원유 물동량의 핵심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등 중동 산유국들의 주요 수출 경로인데 봉쇄될 경우 글로벌 원유 공급에 큰 차질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국내 정유업체들은 전체 원유 수입량의 약 70%를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망 리스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또 국제 유가 상승은 장기적으로 정유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제 유가가 오르게 되면 정유업계는 단기적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기존에 낮은 가격을 사놓았던 원유를 정제해 높은 가격에 판매함으로써 재고 평가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유가 상승 초기에는 정유사의 실적이 일시적으로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해 정유업계의 판매량이 줄어들게 된다. 또 석유제품 수요 감소는 정제마진 악화로 이어져 수익성 악화까지 불러올 수 있어 정유업계에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이 일시적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호재는 아니다”라며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면 글로벌 경기 둔화, 수요 위축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도 원가 상승 직면…타격 불가피
석유화학업체들도 원가 상승에 직면하게 된다. 석유화학업체들은 원유를 정제해 나오는 나프타를 주원료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이에 국제 유가가 상승하게 되면 나프타 가격도 같이 오르게 되면서 원가 부담이 커진다.
석유화학업체들은 최근 수요 침체에 중국발 공급 과잉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원가가 상승하더라도 호황일 경우에는 제품 가격 인상이 가능하지만 수요가 지금처럼 꺾여 있는 상황에서는 원가가 오르더라도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석유화학업체들은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교전이 장기화되면서 고유가가 이어질 경우 현재도 적자 상태인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유·석유화학업계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유가 상승은 결국 에너지 비용 부담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류업계는 연료비 상승 압박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되며, 항공업계 역시 원가 상승으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거나 무력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면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산업 전반에 걸쳐 공급망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이란이 실제로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지만 예외가 있을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실제로 봉쇄가 현실화된다면 국내 산업계 전체적으로 심각한 원가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이 정부와 힘을 합쳐 대응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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