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긴급 대응체계’ 가동키로
에너지 수급 차질 우려... 공급망 다변화·조기경보 체계 구축
홍해-수에즈 경로 재긴장... 원양노선 운임·용선료 급등 분석
해진공, 3대 대응방안 발표 “최악 대비 모든 대응방안 강구”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최근 발발한 이스라엘-이란 간 무력 충돌로 인해 글로벌 해상공급망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국내 에너지 수급 차질 우려도 커지자,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발 빠르게 대응에 착수했다.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과 공급망 다변화 등 긴급 대응체계를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옥 현판./사진=해진공


해진공은 17일, 해상공급망기획단을 중심으로 실시간 위험 모니터링, 대체 수입항로 확보, 민관협력 강화를 골자로 한 3대 핵심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상황 전개에 따라 추가 조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상 최대 규모 이스라엘-이란 직접충돌... 에너지 공급망 타격

이번 사태는 6월 13일 이스라엘이 200대 이상의 전투기와 330여 발의 폭탄을 동원해 이란 내 핵시설과 군 지휘부 등 100여 개 표적을 동시 타격하면서 촉발됐다. 이에 대응해 이란은 150여 발의 미사일과 100여 기의 드론으로 보복 공격을 감행, 양국 간 전면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의 타격이 이란 에너지 기반시설에 집중되면서 공급망에 상당한 충격이 발생했다. 이란 전체 가스 생산의 70%를 담당하는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의 일일 생산량 1200만 입방미터가 중단됐고, 테헤란 북부의 샤흐란 석유저장소에서는 6500만 리터의 연료가 유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 한국 에너지 수급 직격탄 우려

가장 큰 위협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다. 세계 해상 원유 수출량의 34%와 해상 무역량의 11%가 통과하는 이 해협이 막힐 경우, 하루 최대 2000만 배럴의 원유 수송이 중단될 수 있다.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의 63%, LNG 수입의 3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 수급 불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홍해-수에즈 경로 재긴장... 운임·용선료 급등

또한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이 격화되면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항로도 불안정성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희망봉 우회가 장기화되며 글로벌 해상운임과 선박 대기시간, 항만 병목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해진공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해상운송 시장에서는 실질적으로 10% 이상의 선복 감소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원양노선을 중심으로 운임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스라엘-이란 충돌 직후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69.4달러에서 74.2달러로 6.9% 상승했고, 중동-중국 항로 운임은 23.5% 올랐다. 초대형 유조선(VLCC) 용선료도 47.1% 급등해 3만3489달러를 기록했다.

해진공, 3대 대응방안 발표... 공급망 위기 선제 대응

이에 따라 해진공은 이번 사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실시간 운임 및 해상 위험 모니터링 강화 △공급망 다변화 전략 추진 △민관 협력체계 강화 등 3대 핵심 대응방안을 마련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우선 해상 위험과 운임의 실시간 모니터링 및 조기경보 체계를 강화한다. 해진공은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로 인한 항로 리스크와 해상 위험도를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아시아-유럽 및 아시아-미주를 포함한 주요 항로의 컨테이너 운임 변동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예정이다. 운임이 급등하는 임계점에 도달할 경우, 관련 내용을 업계와 정부 부처에 즉각 전달하는 조기경보 체계를 운영해 혼란 최소화에 나선다. 또한 주요 환적항만의 선박 대기시간과 선복 가용성에 관한 정보도 수집·공유해 기업의 현장 대응력을 높인다.

공급망 다변화 전략도 추진한다. 중동 지역에 편중된 에너지 수입 구조의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해진공은 대체 수입 항로와 공급선 발굴을 위한 연구에 착수할 계획이다. 특히 인도 서안 등 새로운 중계항만을 활용한 해운·항만 인프라 연계 가능성에 대해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물류회랑 구축의 실행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민관 협력체계를 강화해 비상상황에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해진공은 국적선사 및 물류기업과 긴밀한 협의체를 운영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수렴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 대응 방안을 공동으로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물류차질 완화를 위한 긴급 물류비용 지원 예산과 공급망 안정기금 활용 방안도 함께 논의해 위기 상황에서 기업들이 받을 수 있는 지원 폭을 넓히기로 했다.

정영두 해진공 해상공급망기획단장은 “이번 이스라엘-이란 충돌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해상공급망의 구조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 안정과 해상물류 차질 최소화를 위한 모든 대응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홍해 리스크 재확산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해 대체 항로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해진공은 앞으로 업계와 소통하며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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