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난이도 높아 獨·日·美 3개국이 세계 시장 80% 이상 점유
국산화로 공급망 안정화·경제적 효과 연간 2000여억 원 추산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제조 장비를 구동하는 두뇌이자 CPU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컴퓨터 수치 제어기(CNC)'가 개발돼 오는 2032년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CNC의 30%까지 국산화될 전망이다. 

   
▲ 제어기(CNC) 개념도./사진=산업부


산업통상자원부는 KCNC가 우리나라 기계·장비 가공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CNC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CNC는 절삭·밀링·프레스 등 부품 가공 작업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컴퓨터 시스템으로, 주로 기계를 만드는 기계인 공작 기계에 부착돼 사용된다. 기계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장비 중 하나지만, 개발 난이도가 높아 독일·일본·미국 3개국이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CNC 외산 의존도는 95% 이상으로, 5% 이하 국산 제품조차도 핵심 기술들은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공급망 중요성이 대두되던 2019년 CNC 기술개발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사실상 전량을 수입하던 CNC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우리 제조업 생산 라인 전반이 중단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에 따라서다. 

CNC는 제어기 본체와 모터 등 구동부, 인터페이스 등 다양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술을 동시에 개발해야 하기에 개별 기업 차원 개발은 한계가 있었다. 이에 산업부는 기계연구원을 필두로 20개 이상 관련 기업·연구소·학계를 과제에 참여시켰고, 관련 기업들은 성공적인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위해 합작법인인 KCNC를 설립했다.

5년간 개발 끝에 지난달 실제 현장 오퍼레이터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평가 결과, 가공 오차와 표면 품질 등 주요 성능 지표에서 선진 CNC와 유사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조작 인터페이스의 사용자 편의성과 제공 기능의 다양성 측면 등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었다.

산업부는 이번 CNC 개발이 국내 제조업 공급망 안정화와 경제적 효과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 및 수출 물량 30%를 국산으로 대체할 경우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는 연간 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또 국내 업체인 KCNC가 상품 개발과 판매 등을 담당하는 만큼, 신속한 수리와 맞춤형 제품개발 등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다음 달부터 1년간 상용화를 위한 실증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번 실증을 통해 고속·반복 작업과 다양한 재료와 공구를 활용한 가공 등을 테스트하고, 장비 내구성과 실제 환경에서의 신뢰성 검증도 실시할 예정이다. 

실증 과정에는 CNC 구매 수요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4대 수요 기업(DN솔루션즈, 위아공작기계, 화천기공, 스맥)이 모두 참여한다. 이 중 3곳은 실증 결과가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구매의향서를 제출했다. 실증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2026년부터 본격 판매가 시작될 예정이며, 관련 업계는 2032년까지 국내 시장 점유율 30% 이상 달성을 전망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CNC는 제조 장비의 두뇌이자 AI 팩토리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핵심 요소로, 첨단 CNC 확보를 통해 우리 제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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