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건수 감소했으나 규모는 확대…글로벌 진출 역량 척도
임상 2상 데이터, 빅파마 파트너십 및 IPO 전략에 유리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올해 바이오·제약 벤처캐피털(VC) 투자가 임상 2상 이상 단계의 자산을 보유한 기업과 인공지능(AI) 신약개발 플랫폼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투자 건수가 줄고 규모는 커지는 등 글로벌 진출 역량이 주된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 챗GPT 생성이미지./사진=미디어펜 박재훈 기자


19일 글로벌 금융 데이터 서비스 기업 피치북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임상 데이터의 신뢰성과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임상 2상은 효능과 안전성 데이터가 확보돼 상업적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변곡점으로 투자 위험을 줄이고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비만 치료제(GLP-1 계열)와 같은 대형 시장을 겨냥한 파이프라인, ADC(항체약물접합체),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등 차세대 치료제 분야로도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은 개발 기간 단축, 성공률 제고, 비용 절감 등 혁신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VC들이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2021년 이후 글로벌 바이오 VC 투자 건수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한 건당 투자 규모는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바이오 VC 투자액은 약 1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다. 이는 2021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투자자들이 소수의 유망 기업에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하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국내 비상장 바이오벤처 10곳이 100억 원 이상, 일부는 200억 원 이상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해당 투자를 받은 기업들은 신약개발 뿐 아니라 AI 기반 약물감시·진단보조 기업도 다수 포함돼 있다. 대표적으로는 프레이저테라퓨틱스, 큐어버스, 리스큐어바이오사이언시스 등이 꼽힌다.

임상 데이터의 신뢰성과 상업화 가능성도 투자 결정의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 특히 2상 데이터가 강력한 기업은 대형 제약사와의 파트너십, 라이선스 계약, IPO(기업 상장) 등 다양한 출구 전략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반면 3상 자산에 대한 투자는 2021년 42억 달러에서 2024년 17억 달러로 감소했다. 이는 대형 제약회사와의 파트너십 또는 라이선스 계약을 유치하기 위해 강력한 2상 데이터의 중요도가 커진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AI 신약개발, 정밀의료, 디지털 헬스케어 등 기술 융합 분야에 대한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 신규 벤처투자액은 2조6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벤처펀드 결성 규모도 3조1000억 원으로 20.6% 늘었다. 이는 2022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분기 실적이다. 특히 AI·바이오 분야 스타트업이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시장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투자자들은 국내 VC 역시 기술수출 실적, 글로벌 임상 진척, FDA(식품의약국) 등 해외 인증 여부를 중요한 투자 기준으로 삼고 있다. R&D(연구개발)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척 상황, 기술이전 계약 규모, 재무 건전성 등도 주요 평가 요소다. 민간의 벤처펀드 출자도 올해 1분기 2조6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하며 신규 펀드 결성 증가를 주도했다.

올해 VC투자는 지난해의 상승세를 기반으로 낙관적인 투자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면역학, 염증성 질환, 대사 질환, 항체 약물 접합체, 방사성 의약품 등 치료분야로 자금 집중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거시경제 상황이 반등하면 초기 단계 벤처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질 수 있으며 임상 개발을 단순화하는 규제 변화가 소규모 투자를 더욱 장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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