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물 효시인 '28일 후'의 23년 후를 그린 대니 보일 감독의 업그레이드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기보다 집에서 OTT를 즐기는 팬들에게 일반적으로 현대화 된 좀비 무비의 시작점으로 생각하는 것은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 시리즈다. 2010년부터 10년을 훌쩍 넘겨 11개의 시리즈를 방영하고 또 공전의 히트를 치다 보니 그런 생각은 당연하다.

그러나 영화와 드라마를 통틀어 좀비물의 전설은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 '28일 후'다. 사실 '워킹 데드' 시리즈를 비롯해, 21세기 들어서의 좀비물은 이 영화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좀비물의 전설이 23년만에 한층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았다. 전작에서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업그레이드는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 선을 훨씬 뛰어 넘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올 여름 우리 극장가의 최대 흥행작으로 어렵지 않게 예상되는 '28년 후', 어떻게 보면 더 재밌을까?

#1. “관객들이 이 세계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끼길 바란다”

영화 '28년 후'는 28년 전 시작된 바이러스에 세상이 잠식당한 후, 일부 생존자들이 철저히 격리된 채 살아가는 ‘홀리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소년 ‘스파이크’가 난생 처음 섬을 떠나 바이러스에 잠식당한 본토에 발을 들인 후 진화한 감염자들과 마주하며 겪는 극강의 공포를 담은 이야기다. 

   
▲ 영화 '28년 후'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이번 작품에서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시리즈의 시작점이자 좀비물의 새로운 지평을 열며 영화계 의미 있는 한 획을 그은 영화 '28일 후'를 탄생시킨 최고의 오리지널 제작진의 귀환이다. 

이번 작품은 '28일 후'의 세계관을 탄생시킨 대니 보일 감독과 알렉스 가랜드 각본가가 재결합해 분노 바이러스가 퍼진 지 28년이 흐른 시점을 배경으로 더욱 확장된 이야기를 펼쳐낼 예정이다. 또한 대니 보일 감독이 “시리즈의 정통성을 유지하기 위한 구심점”이라 꼽은 '28일 후'의 주역 킬리언 머피가 이번에는 제작자로 변신해 더욱 깊이 있는 통찰을 담아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여기에 혁신적인 촬영 기법을 선보였던 앤서니 도드 맨틀 촬영 감독, 바이러스로 초토화된 영국의 모습을 생생하게 구현해 호평받았던 프로덕션 디자이너 마크 타이데슬리 또한 재합류해 오랫동안 속편을 기다려온 영화 팬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완벽한 시네마틱 경험을 선사할 것임을 알렸다.

#2.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세상에서 마주한 극한의 공포

   
▲ 영화 '28년 후'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두 번째 포인트는 감정 동기화를 유발하는 주인공 ‘스파이크’의 스펙터클하고 예측불가한 여정. 

'28일 후'가 분노 바이러스로 초토화된 영국에서 깨어난 ‘짐’의 치열한 생존기를 그렸다면 이번 작품은 그로부터 28년 후, 일부 생존자들이 영국 본토로부터 완전히 격리된 채 살아가는 독립된 섬 ‘홀리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섬에서 태어나 한 번도 세상 밖을 경험해 본 적 없는 소년 ‘스파이크’가 감염자들의 위협이 들끓는 본토로 나서게 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이번 작품은 상상을 뛰어넘는 극악한 상황에 놓인 소년이 난생 처음 느끼는 두려움과 공포심을 조명하며 관객에게 완전한 몰입을 선사할 에정.

#3. 더 빠르고, 더 크고, 더 강력해지다!

   
▲ 영화 '28년 후'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28일 후'는 처음으로 ‘달리는 좀비’의 개념을 정립하며 전통적인 좀비 영화의 정의를 뒤바꾼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그 명성을 이어갈 새로운 속편 '28년 후'에서는 한층 더 강력하게 진화한 감염자들이 등장해 이번 작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강화된 장르적 재미를 예고한다.

대니 보일 감독은 “'28일 후'의 감염자는 무작위로 폭력적이고 매우 빨랐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네 가지 유형의 진화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밝히며 “바닥을 기어 다니며 벌레를 먹고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유형, 사냥하는 법을 배워 무리 지어 다니는 유형, 엄청난 덩치와 힘을 지닌 ‘알파’라 불리는 리더형도 있다”며 각각의 특징을 소개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감독은 이처럼 다양한 진화를 설정한 이유에 대해 “생존자들의 삶과 행동뿐만 아니라 감염자들의 생존 방식까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해 더욱 스케일 넘치는 이야기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를 높인다.

이처럼 보다 강력해진 감염자들의 출현은 생존자에게 보다 거대한 위협으로 작용하며 살아남기 위한 더욱 처절한 사투가 벌어질 것임을 암시해 긴장감을 높인다. 현대 사회에서 너무나 익숙한 전기나 연료, 기계 장치마저 없이 문명 이전의 사회로 돌아간 듯한 ‘홀리 아일랜드’와 변이한 분노 바이러스가 들끓는 ‘본토’를 오가는 스토리는 전작과는 또 다른 극적인 순간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4. 곳곳에 숨겨진 이스터에그와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

   
▲ 영화 '28년 후'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전쟁터를 행군하는 병사들의 심리를 묘사한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의 시 ‘Boots’를 낭독하는 섬뜩한 음성부터 해골로 쌓아 올린 거대한 뼈의 사원까지, '28년 후'에는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이스터에그가 곳곳에 숨겨져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미 전 세계 영화 팬들 사이에서 이를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실감하게 한다.

대니 보일 감독은 '28일 후'의 후속작으로 돌아오게 된 결정적 이유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겪은 팬데믹으로 인해 '28일 후'의 장면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우리는 눈앞에 텅 빈 거리들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이런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아들게 되었다”면서 보다 현실에 맞닿아 있는 세계관을 펼쳐낼 것임을 알렸다. 또한 이번 작품을 통해 “섬 하나가 전 세계로부터 고립되는 극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인간성을 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며 '28년 후'에서 역시 관객의 뇌리에 깊은 울림을 남길 심도 깊은 메시지를 담아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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