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띄운 르노·KGM…GM은 공백 속 '버티기'
"중견 3사 흔들리면 지역 일자리·산업 생태계에 파장"
[미디어펜=김연지 기자]현대차·기아의 압도적인 점유율과 중국 브랜드의 국내 진출 확대로 중견 완성차 3사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 한국GM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들 3사의 지난 5월 국내 판매량은 총 9170대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는 각각 5만8966대, 4만5003대를 기록하며 총 10만3969대를 판매했다. 양사의 점유율은 91.9%에 달했고, 중견 3사의 점유율은 10%를 밑돌았다. 올해 들어 양사의 내수 점유율은 매월 90%를 넘는 압도적인 수준이다.

내수 반등의 핵심 해법으로는 여전히 신차가 꼽힌다.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10월 출시한 '그랑 콜레오스' 효과에 힘입어 올해 들어 전년 대비 121% 증가한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해당 모델에 대한 의존도가 크고, 나머지 차종은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르노는 오는 8월 순수 전기 SUV '세닉 E-Tech' 출시를 예고했으며, 내년에는 쿠페형 SUV '오로라2(프로젝트명)'로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 르노 세닉 E-Tech 100% 일렉트릭./사진=르노코리아 제공


KG모빌리티는 친환경성과 실용성을 앞세운 다차종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선보인 '액티언'에 이어 올해 들어 '무쏘 EV', '토레스 하이브리드' 등을 연달아 투입했고, 하반기에는 '액티언 하이브리드' 출시도 앞두고 있다. 향후 5년간 SUV, 픽업, MPV를 포함한 7종의 친환경 신차를 선보이며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중국 체리차와 협업한 중대형 SUV 'SE10'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반면 한국GM은 뚜렷한 신차 출시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2023년 3월 출시된 '트랙스 크로스오버' 이후 이렇다 할 완전변경 모델이 없으며, 최근 공개된 '2026년형 트레일블레이저'도 단순한 연식 변경에 그쳤다.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 모두 판매가 감소하는 가운데, 소형 SUV 시장의 저성장과 맞물려 내수 회복에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GM은 대미 수출 비중이 90%에 육박하는 구조적 한계로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차 고율 관세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유휴 부지 매각과 직영 서비스센터 정리 등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노조와의 갈등이 지속되며 경영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내수 침체가 이어지면서 KG모빌리티와 르노코리아는 수출 비중을 높이며 활로를 모색 중이다. 올해 1~5월 누적 기준 수출 비중은 KG모빌리티가 66.6%, 르노코리아는 40%에 달한다. 특히 KG모빌리티는 유럽과 중동 시장을 중심으로 친환경차 수출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수출 의존도만 높아질 경우 내수 기반 약화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견 3사의 경영 위기는 단순히 기업 차원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세 회사의 직접 고용 인원은 지난해 말 기준 1만8711명이며, 협력업체 종사자까지 포함하면 약 22만5000명에 달한다. 생산기지가 위치한 인천·창원(한국GM), 평택(KGM), 부산(르노코리아)은 해당 기업의 실적에 따라 지역 경제가 좌우되는 구조인 만큼 내수 회복은 단순한 기업 생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업계 관계자는 "중견 3사가 각자 생존 해법을 찾고 있지만, GM은 신차 공백과 구조조정, 노조 리스크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고 KGM과 르노는 친환경 중심 신차로 체질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이 흔들릴 경우 지역 일자리와 산업 생태계에도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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