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인당 15만~50만 원 소비쿠폰…이재명정부 첫 추경 30.5조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재명 대통령은 19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국가재정을 이제 사용할 때가 됐다”면서 “정부 재정의 본질적인 역할에 따라 지금은 경기침체가 너무 심해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때이다. 추경을 좀 더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추경의 내용에서 갑론을박이 있을 것이다. 어떤게 더 경기 진작에 도움이 되는지, 현금지원은 별로라든지. 차라리 건설 경기 부양이 더 낫다 등 의견은 다양할 수 있다”며 “그래서 이번 추경안엔 경기 진작 요소와 경기 진작 과정에서 어떤 국민이 혜택을 보는게 맞는지의 두 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저는 어떤 필요에 의해 경비를 지출한다고 하면, 그 반사적 혜택을 최소한 국민들이 공평하게 혜택을 누리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좀 과하게 생각하면 그 경비를 더 많이 부담한 사람이 더 많은 혜택을 봐야 되는게 아닌가 생각까지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더 많이 내는 사람을 더 많이 혜택 보게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비슷하게는 해줘야 하는게 아닌가란 측면에서 평등한 기회를 주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런데) 모든 재정 지출은 직접적으로 이익을 주는 측면이 있으므로 가능하면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저소득층,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많이 가야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래서 이번에 두 가지를 적절히 배합해서 일부 소득지원 측면에선 저소득층 또는 소비 승수 저소득층에게, 그 외 경기 진작 측면에선 공평하게, 또 한편으로는 소비 승수를 좀 더 고려한 쪽으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기재부나 관련 부처에서 이런 점들을 잘 고려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선 국민 1인당 15~50만원 씩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모든 국민에게 주되,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포함한 30조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의결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국무회의 이후 브리핑을 열어 “최근 경기 부진과 민생 어려움 등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30조 5000억의 추경을 편성한다”면서 “이번 추경(안)은 22개 기금운용계획변경(안)과 함께, 국무회의 의결 후 다음 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지역사랑상품권 추가 발행, 건설경기 활성화 등, 경기 진작을 위해 15조 2000억 원을 투자한다. 특히, 전 국민에게 1인당 15만 원에서 50만 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 위해, 10조 3000억 원의 국비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취약차주 채무조정 패키지 등 민생 안정을 위해 5조 원을 투자하고, 세수 부족 예상분을 보강하기 위해 세입경정을 10조 3000억 원 규모로 추진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경기 진작 및 민생 안정을 위한 새정부 추가경정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소비 부진에 대응하고 가계의 소비 여력을 보강하기 위해 총 10조 3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보편 지급이란 여당 기조를 반영하면서도 취약층 혜택을 늘리는 선별 개념을 병행한 방식으로, 소득 계층별로 상위 10%(512만 명)에 15만 원, 일반 국민(4296만 명)에 25만 원, 차상위층(38만 명)에 40만 원, 기초수급자(271만 명)엔 50만 원이 지원된다. 4인 가족 기준으로 보면 평균 100만 원어치 쿠폰을 받는 셈이다.

   

소비쿠폰은 현금이 아닌 지역사랑상품권 또는 선불카드, 신용·체크카드 중에서 선택해서 지급받게 된다. 조만간 관계 부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세부적인 지급 및 사용 방안이 결정된다.

대표적인 ‘이재명 표 정책’으로 꼽히는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도 확대 발행된다.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채무 부담을 덜어주는 ‘배드뱅크’(채무조정기구)도 가동된다. 7년 이상 장기 연체된 5000만 원 이하의 채무도 탕감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 비용을 30만 원 한도에서 10% 환급하고, 숙박·영화관람·스포츠시설·미술전시·공연예술 소비를 진작하기 위한 할인쿠폰 780만 장을 공급한다. 내수 부진의 진앙격인 건설 경기를 활성화하는 사업에도 2조 7000억 원을 투입한다. 지방의 ‘준공 전 미분양’ 주택 1만 호를 향후 3년간 매입하고, 철도·항만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도 속도를 낸다.

7년 이상 연체된 5천만 원 이하의 개인 무담보 채권을 일괄 매입해 빚을 탕감한다. 이로써 113만 4000 명의 장기연체 채권 16조 4000억 원이 소각 또는 채무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입 경정도 10조 3000억 원 규모로 이뤄진다.

국세 수입 예산안은 기존 382조 4000억 원에서 372조 1000억 원으로 감액 수정된다. 세입 감액 경정은 2020년 이후 5년 만이다. 이는 올해도 10조 원 남짓 세수 결손이 예상된다는 의미다. 다만 지난 2년간 세수 펑크에 기금 여윳돈 또는 불용(不用) 같은 우회 카드를 선택했다면, 이번에는 세입 추경을 통한 추가 국채 발행이라는 ‘정공법’으로 대응한다.

세출은 20조 2000억 원 확대 편성된다. 세수 결손분을 메우는 세입 추경(10조 3000억 원)까지 포함하면 총 30조 5000억 원 규모다. 지난달 1일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필수 추경’까지 포함하면 정부 총지출은 기존 본예산 673조 3000억 원에서 702조 원으로 늘어나 처음으로 700조 원을 넘어서게 됐다.

총 30조 5000억 원의 세출·세입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19조 8000억 원어치 국채가 추가 발행된다. 그밖에 지출 구조조정으로 5조 3000억 원, 기금 가용 재원으로 2조 5000억 원, 외국환평형기금채권 조정으로 3조 원을 각각 마련한다.

추경 재원을 주로 국채에 의존하게 되면서 재정 지표는 그만큼 악화하게 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3조 9000억 원에서 110조 4000억 원으로 증가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 적자 비율은 4.2%로 높아진다. 중앙정부 채무와 지방정부 채무를 포괄한 국가 채무는 1300조 6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도 49.0%로 50%에 근접하게 됐다. 이는 작년과 비교할 때 1년 새 1.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은 관련 브리핑에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다만 경제 상황과 민생 어려움이 너무나 심각한 상황이기에 국가재정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23일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각 상임위원회를 거쳐 예산결산특별위원회까지 국회 심사 절차를 고려하면 이르면 다음 달 초 본회의 처리가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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