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세월호 잠수사 고(故) 김관홍의 이야기를 그린 감동실화 ‘바다호랑이’가 바다 없이 바다를 만나는 색다른 영화적 체험을 준다. 기존의 세트 장치를 과감히 덜어내고, 사실적인 음향과 감정의 현실감이 돋보이는 연기적 힘만으로도 관객이 마치 그 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
영화 ‘바다호랑이’는 세월호 잠수사가 고통을 극복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긴 여정을 그린다. 정윤철 감독의 창의적인 연출로, 잠수사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영화는 수중 촬영 없이 배우의 연기와 사운드 효과만으로 몰입감을 높이며 실제적 공간감을 더해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불필요한 소품과 배경을 제거한 채 오직 배우의 연기에 집중함으로써 관객은 인물의 고통과 슬픔을 더욱 선명하게 마주하게 된다. 김관홍 잠수사를 모델로 한 주인공 나경수의 흔들리는 시선과 감정의 파동을 밀착된 클로즈업으로 따라가면서 시선의 떨림, 대사 사이의 침묵마저 연기의 일부가 되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감정의 깊이를 한층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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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바다호랑이'./사진=영화로운 형제 제공 |
정윤철 감독은 “배우의 얼굴이 곧 무대이며, 그 안에 모든 감정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관객이 여백을 상상하며 빈 공간을 채워나가길 바랐다”고 설명하며, 영화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통해 독창적인 장면을 선보인다.
특히 나경수가 희생자를 구조하는 장면은 선체 내부가 아니라 배우의 얼굴과 몸짓만이 카메라에 담긴다. 배우 이지훈이 홀로 팬터마임 하듯이 유영하는 연기를 하고 푸른 조명 등을 활용해 구조 현장의 모습을 만들어 내면의 상처와 고통을 절제된 얼굴로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새로운 영화적 연출 환경 속에서 연기한 이지훈 배우는 “물속이 아니었지만 아이들이 있다고 믿으며 연기를 했다. 배우의 연기와 관객의 상상이라는 교집합으로 없는 존재와 공간이 창조되었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아무것도 없이, 오직 배우 자신만을 믿고 연기했던 순간에서 많은 것이 만들어질 수 있었음을 전했다.
‘바다호랑이'는 올해 세월호 11주기와 2014년 4월,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들었고 구조되지 못한 생명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참사의 진실을 증언한 김관홍 잠수사의 9주기를 맞는 해의 의미를 담았다. 특히 ‘바다호랑이’는 후원금을 모아 개봉관 좌석을 확보하고, 영화를 보고 싶지만 관람이 어려운 분들에게 무료 티켓을 양도하거나 특별 상영회를 개최하는 감동 좌석 캠페인으로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배우의 눈빛과 숨결만으로 관객의 마음을 파고드는 영화 ‘바다호랑이’는 6월 25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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