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약 심사 단축…FDA, 심사 1~2개월로 대폭 단축 '맞불'
임상 및 허가 절차 비용 절감 효과…국내 기업 직접 수헤 기대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중국의 신약 심사 기간 단축에 맞서 미국도 FDA(식품의약국)의 심사 단축 프로그램을 신설하면서 글로벌 진출 진입 문턱이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중 간 갈등에 따른 글로벌 바이오 패권 경쟁에 경쟁력 있는 국내 기업들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 삼성바이오에피스 실험실에서 연구원이 실험을 하고 있다./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2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총국(NMPA)은 혁신 신약의 임상시험계획(IND) 심사 기간을 기존 60일에서 30일 절반으로 단축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조치는 임상적 가치가 명확한 의약품, 정부 지원 의약품, 소아암 및 희귀질환 치료제, 중국 연구자가 주도하는 다국가 임상시험 등에 우선 적용될 예정이다. 앞서 중국은 2015년부터 임상시험 심사 기간을 지속 단축해왔다.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에 미국 FDA도 지난 17일 국가우선바우처(CNPV)프로그램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해당 제도는 미국 국익에 부합하는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에 대해 기존 12개월 가량 소요되던 신약 허가 심사 기간을 1~2개월로 대폭 단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존 FDA 심사 기준(안전성, 효능, 품질)을 유지하되 각 분야 전문가를 소집해 집중적이고 신속한 심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미중의 제도 변화는 글로벌 바이오 패권 경쟁이 주된 배경으로 보인다. 중국이 신약 심사 속도를 크게 올리자 미국도 하루 만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모두 바이오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바이오 안보 확보를 국가 전략으로 삼고 있다. 미국이 여러 산업군에서 내놓은 중국 견제책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바이오 산업 부상을 견제하는 의도가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약 심사 기간 단축은 혁신 치료제의 상용화 속도를 높인다. 이로 인해 시장 선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글로벌 임상 및 신약 개발의 중심축을 자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풀이된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수혜도 기대된다. 우선 양국에서 심사 기간을 단축하면서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 진출을 노리는 국내 기업들은 임상 및 허가 절차에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혁신 치료제, 희귀질환 치료제, 첨단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국내기업 중에서는 지난해 HK이노엔의 케이캡이 꼽힌다. 케이캡은 위산분비억제제(P-CAB)로 기존 프로톤 펌프 억제제 대비 빠른 약효 발현과 지속성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글로벌 임상 3상이 종료될 예정이며 연내 FDA 품목허가 신청이 예상된다. 또한 FDA가 패썸파마슈티컬스의 P-CAB 제재 보퀘즈나의 독점권 연장을 승인하면서 미국에서 가격 경쟁력을 토대로 경쟁할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다.

바이오시밀러에서도 수혜가 기대된다. FDA의 심사 기간 단축과 승인 절차 간소화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에게 기회 요인으로 꼽힌다. 인허가 절차가 빨라질 경우 제품 출시가 앞당겨져 개발 비용과 임상기간이 줄어든다.

이는 미국 시장 진출이 수월해짐에 따라 국내 바이오시밀러 산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부분이다. 시장 점유율 확대 및 매출성장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심사 단축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중견기업도 진입 장벽이 낮아져 국내 바이오시밀러 산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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