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롯데케미칼 NCC 통합 운영 논의…“확정된 것 없어”
대규모 비용 투입되는 만큼 민간 차원 구조조정은 쉽지 않아
정부의 개입으로 구조조정 속도 내야…하반기 지원방안 기대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석유화학업계가 수요 침체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정부의 정책 지원방안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내부에서도 통합과 구조조정 일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나 뚜렷한 진전은 없는 상태다. 이에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산업의 체질 개선과 구조재편을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 석유화학기업들이 모여있는 여수국가산업단지./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설비 통합·매각 등 논의에도 뚜렷한 성과 없어

20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와 롯데케미칼은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 내에서 가동 중인 나프타 분해설비(NCC) 통합 운영을 두고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합작사 HD현대케미칼은 연간 85만 톤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NCC를 운용 중이다. 

이번 논의에서는 롯데케미칼이 대산공단에서 별도로 운영하는 연산 110만 톤 규모의 NCC를 HD현대케미칼로 넘겨 통합 운용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이를 통해 에틸렌 생산량을 조절하고, 설비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직 논의 초기 단계로 논의가 오간 것은 맞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석유화학업계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자국 내 설비 확충을 통해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자급률을 끌어올리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업체들은 공급 과잉과 가격 경쟁에 직면한 상태다. 게다가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은 2022년부터 3년 연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올해 1분기에도 126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LG화학 역시 올해 1분기 석유화학 부문에서 565억 원의 적자를 봤으며, 한화솔루션도 케미칼 부문에서 91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민간 차원에서 설비 통폐합을 통한 구조조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간 차원에서의 설비 통폐합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석유화학 설비가 대규모 설비다 보니 막대한 자금이 오가야 하고, 이 때문에 기업 간 이해관계 조율부터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HD현대와 롯데케미칼의 통합 논의 역시 자산가치를 얼마로 평가하고 합의하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HD현대 입장에서는 불안한 시황에서 높은 금액을 투자하기에는 부담이 따르고, 롯데케미칼 입장에서는 보다 높은 가격을 받아야 재무 건전성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LG화학 역시 여수 NCC 2공장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023년부터 매각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뚜렷한 진전은 없는 실정이다. 매각 과정에서 가치평가와 가격 협상 등에서 이견이 발생하면서 거래 성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수익성 판단, 시장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민간 차원에서는 단기간에 통폐합이나 매각이 쉽지 않다”며 “특히 석유화학산업 특성상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협상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석화업계, 정부의 적극적 개입과 지원책 마련 촉구

결국 업계 내에서는 민간 차원에서의 구조조정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정책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구조조정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석유화학산업 지원책을 올해 상반기 내로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정권 교체로 인해 올해 하반기에나 발표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은 하반기 지원책에는 세제 혜택, 연구개발(R&D) 지원은 물론 통폐합을 위해서는 기업결합 규제 완화가 포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설비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인력 구조조정 역시 불가피하다. 석유화학기업들은 어려움이 커지자 희망퇴직을 진행한 적이 있으나 경영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에 정부가 개입해 고용 안정 대책을 마련하고, 산업 구조 전환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도 석유화학산업이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업계 내에서는 적극적인 지원과 정책 마련을 바라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책이 빨리 나와줘야 기업들도 움직일 수 있다”며 “시간이 늦어지면 석유화학산업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정부가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