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일본 정부가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에 반감을 표하며 내달 초 개최 예정인 미일 외교·국방 장관(2+2) 회의를 취소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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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과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사진=연합뉴스 |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은 최근 일본 측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를 기존 요구액인 3%가 아닌 3.5%로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콜비 차관은 후보자 시절이었던 지난 3월 청문회에서도 일본이 방위비를 2027회계연도(2027년 4월∼2028년 3월)에 GDP의 2%로 증액하는 현행 계획은 명백히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또한 가능한 한 조기에 방위비를 GDP 대비 3%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해당 발언에 "일본의 방위비는 일본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으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조잡한 논의를 할 생각은 없다"며 반감을 표했다.
일본의 올해 방위 관련 예산은 GDP 대비 1.8% 수준이다. 일본은 오는 2027년 방위비를 GDP의 2%로 올릴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콜비 차관이 기존 요구가 아닌 GDP 3.5%의 방위비를 요구하자 일본 정부내에서는 반발감이 커졌다. 이에 일본은 7월 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1년 만에 개최할 예정이었던 2+2 회의를 취소했다고 FT는 보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내달 20일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참의원(상원)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지난 2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2+2 회의 조기 개최에 합의한 바 있다. 일본 언론들은 양국이 7월 초에 여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해 왔다.
교도통신은 2+2 회의 취소와 관련해 일본이 방위비를 GDP 대비 3.5%로 올리는 것은 재원 확보 측면에서 전망이 서지 않는다며 "요구받는다면 새로운 마찰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일본 정부, 여당이 선거 전에 미국으로부터 갑작스레 높은 수준의 요구를 받는 것을 피하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일 동맹을 안보의 핵심으로 바라보는 일본이 회의를 취소한 것을 이례적인 경우라고 진단했다. 특히 이번 회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첫 개최하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여겨졌다.
크리스토퍼 존스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 석좌는 "일본이 2+2 회의를 매우 높은 우선순위로 뒀다"며 미일 양자 관계와 전망에 대한 일본의 불안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일본 외의 타 동맹국에도 국방비를 대폭 인상하하는 압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의 션 파넬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질의에서 "우리의 유럽 동맹들이 우리의 동맹, 특히 아시아 동맹을 위한 글로벌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며 "그것은 GDP의 5%를 국방에 지출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에 GDP 대비 5% 수준의 국방비 지출을 새로운 가이드라인으로 요구 중이다. 이번 일본의 사례는 이를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에도 동일하게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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