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새정부가 기후 위기 대응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재생에너지 대전환' 정책을 본격화한다. 세계적 탄소중립 전환 흐름에 맞춰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되, 수백조 원에 이르는 재정 투입과 전력 인프라 개편 부담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정직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에너지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2038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121.9GW 규모로 확대해야 한다. 이는 2023년 기준(30GW)의 4배 수준이며, 최신 원전 65기에 해당하는 용량이다. 발전량 기준 재생에너지 비중도 2030년 18.8%, 2038년 29.2%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해상풍력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단지 하나당 6조∼7조원이 들어가는 해상풍력은 2030년까지 14GW를 보급하는 데 100조 원 규모의 투자가 예상된다. 태양광·풍력은 운영비는 적지만 초기 설비 투자비가 높고, 국내 자연 조건상 발전 단가가 다른 전원보다 크게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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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정부가 기후 위기 대응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재생에너지 대전환' 정책을 본격화한다. 특히 해상풍력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하다./사진=김상문 기자 |
◆ 한전에 72조 원 송전망 책임…ESS도 40조 원 필요
재생에너지 확대는 설비 외에도 송전망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력 계통 전반의 투자를 수반한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지난해 기준 부채가 205조 원에 달하며, 연이자만 5조 원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전기요금 인상 압력을 막아주는 완충 장치 역할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전은 제11차 송·변전 설비 계획에서 2038년까지 72조8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중 약 8조 원은 호남과 수도권을 잇는 초고압 직류 송전망(HVDC) 구축에 투입된다. 현재도 송전망 부족으로 인해 호남권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이송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ESS도 2038년까지 23GW 수준이 필요하며, 민간 포함 약 40조 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에는 오스테드 등 해외 기업이 대형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지만, 인프라 비용까지 포함한 전체 부담은 장기적으로 국민 전기요금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 국민과 정직하게 공유해야"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사회적 논의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현 시점에서 요금 인상 문제를 회피하면 전환 속도도 늦어지고, 전력계 안정성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작년 한전의 평균 전력 구입 단가는 1kWh(킬로와트시)당 134.8원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에게 인센티브로 제공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정서(REC)까지 고려하면 태양광 단가는 1kWh당 200원대, REC 가중치가 가장 높은 해상풍력의 경우 단가가 1kWh당 400원대에 달한다.
설비 투자 비용이 높아 발전 단가가 가장 비싼 해상풍력의 경우 평균 전기 가격의 약 3배, 원전 발전 단가 66.4원의 6배가 넘는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고비용 구조는 결국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현실적 부담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두부도 유기농 콩으로 만들면 더 비싸듯, 전기요금 역시 재생에너지 전환에 따라 더 들 수 있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정직하게 설명해야 한다"며 "재원 부담을 외면한 채 확대만 밀어붙이면 공급 안정성과 정책 신뢰 모두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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