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리쇼어링 정책 통해 공급망 재편…하반기 가이드라인 시행
국내 기업, 미국 내 협업 수혜 기대…생산시설따라 경쟁력 저하 우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 내 의약품 제조를 적극 장려하는 리쇼어링(본국 회귀)정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높아져 있던 중국 및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의도다. 이에 따라 우방국인 한국 기업들도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들이 연구 결과를 분석중이다./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의약품 생산 확대와 중국 의존도 탈피를 공식화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새로운 기회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산 의약품 제조 촉진’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해당 행정명령은 미국 내 처방약과 주요 원료(API) 생산시설 투자, 규제 간소화, 승인 절차 단축 등을 골자로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올해 11월까지 불필요한 규제 제거, 신속한 심사, 생산시설 변경 시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공, 외국 시설에 대한 검사 강화 등 구체적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행정명령은 서명 이후 30~90일 이내 구체적 시행 및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며 업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하반기(8~10월)부터 본격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일 CNN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API 이전 단계인 핵심 출발 물질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제네릭(복제약) 생산에 필요한 40~50%가 중국산인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항생제 아목시실린의 경우 원료의 80% 이상이 중국산으로 나타났다. 하이드로코르티손(항염증제)의 경우 96%, 이부프로펜(진통제)은 90%, 아세트아미노펜(해열제)은 73%가 중국산 원료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 해결을 위해 미국은 리쇼어링 정책과 수입 관세 부과를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미국 내 생산 시설 투자를 대폭 확대하면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존슨앤드존슨(J&J)은 향후 4년간 미국 제조·R&D(연국개발)기술 분야에 550억 달러(약 80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노스캐롤라이나주에 20억 달러 규모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착공하고 추가 공장 3곳을 건설할 계획이다.

일라이 릴리는 향후 5년간 미국 내 4개 신규 생산공장을 포함해 270억 달러(약 37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머크(MSD)는 미국 내 백신 생산 역량 강화를 위해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를 투자한다.

이처럼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는 전략적 과제가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경쟁을 위한 미국 현지 생산시설 투자 및 품질·규제 대응 역량 강화, 첨단 기술(AI, 자동화 등) 도입을 통한 생산 효율성 제고, 미국 정부·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 등이다.

특히 바이오시밀러·CDMO(위탁생산개발)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은 미국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내 생산 확대와 관세 정책 변화는 단기적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K-바이오의 글로벌 시장 입지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우선 CDMO에서 공급망 재편으로 바이오보안법과 마찬가지로 미국·유럽 제약사들이 국내 CDMO기업들에 생산을 맡기는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최근 몇 년 간 미국의 중국 견제 움직임이 커지면서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기업들의 협업이 확대되는 추세다.

이외에도 제약사들이 미국 내 생산시설을 보유하거나 현지 유통 파트너사와 협력할 경우 미국 정부의 인센티브, 신속한 인허가, 공급망 안정성 등에서 직접적인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미국 내 생산시설 구축에는 상당한 규모의 투자액과 시간이 필요한 만큼 국내 기업 중 생산시설이 없는 경우 관세, 수수료, 규제 강화 등으로 수출 경쟁력이 저하될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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