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의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의결…국제 유가 ↑
중동 원유 의존도 높은 국내 산업계도 타격 예상
원유 수급 차질·원가 상승 등으로 수익성 악화 우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추진하면서 국내 산업계에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동 지역 원유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원유 수급은 물론 원가 상승으로 인해 전방위적인 산업 충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원유를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정유·석유화학업계는 물론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 특성상 해상 운송비 상승까지 겹쳐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될 수 있다. 

   
▲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사진=연합뉴스(로이터)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SNSC 결정만 남아

23일 외신에 따르면 이란 의회는 2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이는 미국이 이란 내 핵시설을 폭격한 것에 대한 조치로 풀이된다. 아직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의 최종 결정이 남은 상태지만 이란이 미국 공습에 대해 보복 조치를 강구하고 있는 만큼 봉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에서 나온 원유와 LNG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전 세계로 수출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2000만 배럴의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반됐다. 

이 해협은 수심이 얕고 항로가 좁아 대형 유조선이 지나갈 수 있는 해로가 제한적인데 대부분 이란 영해를 지난다. 이 때문에 이란이 해협 봉쇄에 나설 경우 중동 원유의 해상 운송이 사실상 전면 차단될 수 있다. 

문제는 해외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국내로 들어오는 원유의 약 70%가 중동산일 정도로 의존도가 높은데 한국으로 오는 중동산 원유의 약 99%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해협이 봉쇄될 경우 원유 수급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도 커진다. 호르무즈 봉쇄 위협으로 인해 국제 유가 상승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란 의회의 의결 이후 국제 유가는 상승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 인도분)는 23일 오전 기준 배럴당 76.32달러로 지난주보다 3.36% 올랐으며, 브렌트유(8월 인도분)도 3.27% 오른 79.49달러를 보였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이란 의회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의결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반응하고 있다”며 “실제 봉쇄까지 간다면 배럴당 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말했다. 

   
▲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고 있는 테헤란./사진=연합뉴스(AP)


◆정유·석화는 물론 전방위적 산업계 타격 예상

정유업계는 원유 수급 차질로 인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유업계는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뒤 국내외로 판매하는데 원재료인 원유 도입에서부터 차질이 생기면 정제시설 가동률이 떨어지게 된다. 이는 곧 제품 생산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판매 감소도 불가피하다. 

석유화학업계도 원료 수급 차질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주요 원료인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추출된다. 이 때문에 원유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나프타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요를 보면 원가가 올라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원유 가격이 오르고 그 영향이 나프타까지 이어지면 석유화학업계의 수익성 악화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철강, 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철강·시멘트 업종은 제조 과정에서 고온으로 가열하는 공정이 필수적이며, 생산부터 운반까지 대형 설비가 필요해 전력 소모량이 많다. 이에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제조 원가가 높아지면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릴 수 있다. 

국내 산업계 전체적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봉쇄 조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해상 운송비의 급격한 상승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해상 운송 업종인 자동차, 타이어업계 등은 물류 비용 상승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해운업계나 항공업계 역시 원유 가격 상승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해운업계는 봉쇄가 현실화되면 운송 경로를 변경해야 하고, 연료비까지 크게 상승하면서 운영 비용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는 유가 급등으로 연료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이처럼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국내 산업계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도 즉각 합동 비상대응반을 가동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유지하며 분야별로 특이 동향 발생 시 상황별 대응 계획에 따라 신속하게 조치할 계획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여태까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적은 없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심각한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국내 석유 비축량이 200일로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정부와 힘을 합쳐 공급선 다변화 등 여러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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