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최종 결정한 이유는 현 중동 사태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감안해 정상회의 참석 쪽에 무게를 두고 검토했으나,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이 있은 뒤 불참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22일 오후 3시에 위성락 안보실장이 직접 진행하는 정상외교 브리핑을 예고했다가 이 브리핑을 취소했고, 3시간여 뒤인 오후 6시 20분쯤 정상회의 불참을 결정했다는 서면 브리핑을 냈다.
이 대통령은 막판까지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놓고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가 나토 회원국은 아니지만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서양과 태평양에서 자유민주 진영의 공동 대응이 강조되어왔다. 여기에 지난 16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 한미 정상회담이 불발된 만큼 이 대통령이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앉을지가 관건이었다.
대통령실은 23일 네델란드 헤이그에서 오는 24~25일(현지시간)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이 대통령을 대신해서 참석한다고 밝혔다. 위 안보실장은 25일 나토 사무총장이 주재하는 트럼프 대통령 및 IP4(한국, 호주, 일본, 뉴질랜드 4개국)에 대참 여부를 나토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번에 나토 정상회의 계기 마련된 6자 정상 특별행사와 관련해 “나토 사무총장은 이 특별행사에 초청한 바 있다”고 확인하고 “다만 6자 정상 특별행사에 여타국도 참석 여부를 최종 확인하지 않은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나토 불참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일본매체 보도도 전해졌다.
앞서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 결정의 이유로 “여러가지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을 꼽았다. 국내외 상황을 볼 때 이 대통령이 자리를 비울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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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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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당장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과 국회 심사를 앞둔 2차 추가경정예산안은 발등의 불이다. 야당은 김 후보자의 재산 형성 의혹과 관련해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 대통령으로선 앞서 오광수 민정수석이 임명 닷새 만에 사퇴한데 이어 김 총리 후보자까지 낙마할 경우 인사 문제에서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분주해야 할 상황인 22일 낮에 관저에서 여야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가진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이 대통령은 23일 첫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필요하다면 추경에 중동사태 대비안 추가를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수보회의에서 “우선 중동 상황이 매우 위급하다”며 “대통령실을 비롯해 전 부처가 비상대응체계를 갖춰서 비상 대응을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또 이 대통령은 중동 사태로 인한 환율과 유가 문제를 걱정하면서 “관련 대책을 예민하게 세워달라”고 말했다.
현재 중동 정세는 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 이후 확전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로 크게 악화하고 있다. 특히 중동 리스크로 인한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는 데 대한 경제 대응 지휘가 중요해진 상황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도 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인근 지역에 파병된 청해부대의 경계 작전태세 등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냐다. G7이나 나토와 같은 다자회의 계기 한미 정상회담이 무산됐고, 다음 다자회의는 9월 유엔총회다. 하지만 9월까지 기다리기 전에 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워싱턴에서 단독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중동 정세가 변수로 꼽힌다.
지난 4월 2일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달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와의 무역 협상을 위해 관세 효력을 7월 8일까지 90일간 유예한 상황이다. 현재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을 찾아 협의 중으로 내달 8일까지 성과가 도출될지 주목된다. 앞서 이 대통령은 관세 협상과 관련해 “다른 국가보다 더 불리한 상황에 처하지 않게 하는 것이 과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과 가장 처음 무역 협상을 마무리 지은 나라는 영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에서 열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의 양자회담에서 무역협정에 공식 서명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미·영 경제번영 협정'에 따르면 미국은 영국산 자동차 연간 10만대를 할당량(쿼터)으로 정해 10%의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미국이 외국산 자동차에 부과한 관세율 25%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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