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하이브와 SM, YG 등 주요 엔터테인먼트사들이 중소업체와 계약하면서 계약서를 제때 발급하지 않았던 관행을 스스로 고치겠다고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의 자진 시정안을 받아들이고 하도급법 위반 여부 판단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동의의결’을 최종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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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거래위원회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
이번 결정은 제조·용역 분야에서 동의의결 제도가 처음 적용된 사례다. K-엔터 업계의 불투명한 계약 관행 개선의 분기점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해 7월부터 하이브, SM, YG, JYP, 스타쉽 등 이른바 ‘엔터 5사’가 음반·공연·굿즈·영상 콘텐츠 제작 등을 중소기업에 맡기면서 계약서를 미리 주지 않거나 늦게 건넨 사실을 조사해왔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원사업자가 제조나 용역을 위탁할 경우, 거래 시작 전 반드시 계약 내용을 담은 서면을 교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공연 일정이나 영상 시나리오가 수시로 바뀌는 탓에 사전 계약이 어렵다는 이유로 해당 규정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엔터 5사는 이런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지난 4~5월 공정위에 자진 시정방안을 담은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공정위는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기관과 수급업체들의 의견을 받아 최종안을 확정했다.
5개사는 거래유형별 표준계약서와 가계약서를 새로 만들어 배포하고, 전자계약 시스템도 도입하기로 했다. 내부 계약관리 시스템도 개편하고 직원 대상 하도급법 교육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협력업체를 위해 총 10억 원 규모의 장비 지원도 약속했다. 각 사별로 2억 원씩 부담해 조명·촬영·안전장비 등을 제공한다.
특히 ‘가계약서’ 제도 도입이 눈에 띈다. 공연·영상 콘텐츠처럼 거래 조건이 수시로 바뀌는 업종 특성을 반영해, 핵심 조건만 먼저 정한 뒤 가계약서를 작성하고 이후 세부 내용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공정위는 대금 미지급 등 다른 위반은 없었고, 자진 시정안도 과징금 수준에 비춰볼 때 실효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3년간 유사 사례의 평균 과징금은 약 7300만 원 수준이다.
이번 결정은 2022년 하도급법에 동의의결 제도가 도입된 이후, 건설업을 제외하고 제조·용역 분야에 적용된 첫 사례다. 공정위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 함께 향후 이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시정안은 단순한 위법 시정에 그치지 않고 업계 전반의 계약 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엔터 업계의 공정한 거래 질서를 위해 지속적으로 불공정행위를 점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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