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이재명 정부가 주 4.5일제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측면에서는 공감하지만 생산성 저하와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이에 재계는 시행 전 기업들과 충분히 논의를 해야 하고, 시행하더라도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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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 행사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주 4.5일제 도입 움직임 본격화
24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가 주 4.5일 근무제 도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9일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업무 계획 보고를 통해 올해 하반기까지 주 4.5일제 도입을 위한 ‘실근로시간 단축 지원법(가칭)’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데 그중 대표적인 게 법정 근로시간 단축이다. 우리나라는 2024년 기준 연평균 노동시간이 1859시간으로 나타났는데 정부는 이를 2030년까지 OECD 평균인 1717시간보다 낮추겠다는 목표다.
현행법상 법정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며, 여기에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한 주 52시간제가 적용되고 있다. 정부는 이 제도에서 법정근로시간을 주 36시간으로 줄이거나, 연장근로 한도를 12시간에서 8시간으로 축소해 주 48시간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기업 노조도 주 4.5일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18일 사측과 임금 및 단체교섭 상견례를 진행했는데 이 자리에서 주 4.5일 근무제의 도입을 요구했다.
노조는 주 5일제를 유지하면서 금요일 근무 시간을 4시간으로 단축해 주당 36시간 근무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근로시간을 줄이더라도 임금은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2003 주 5일제를 도입할 당시에도 현대자동차 노사 임단협은 산업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이번에도 국내 기업들은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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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 빌딩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생산성 저하·인건비 상승 불가피…“속도 조절해야”
이처럼 정부가 주 4.5일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재계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제도를 밀어붙일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가장 먼저 생산성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주당 근로시간이 줄어들게 되는 상황에서 생산성 향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제품 생산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재계 내에서는 근로시간이 줄어든다고 해서 생산성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히 제조업은 생산량이 제조시간에 비례하기 때문에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곧바로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납기가 지연되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인건비 상승도 재계 우려 중 하나다. 근로시간 단축에도 임금을 보전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은 그대로 적용된다. 여기에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인력 고용까지 더해지면 인건비 지출이 더축 늘어나게 된다.
게다가 인력을 비정규직이나 시간제 근로자로 충원할 경우 고용 불안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또 기업 입장에서는 숙련도 문제로 인한 품질 저하까지도 우려된다.
재계는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주4.5일제 공약을 내세울 때부터 이에 대한 부작용을 걱정해왔다. 지난달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이재명 대선 후보 시절 간담회에서 “노동 생산성이 경쟁국에 비해 낮고 주요 기업들의 인적 인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법정 근로 시간만 일률적으로 줄여 주 4.5일제를 시행하자는 논의는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우려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재계는 정부가 주 4.5일제를 시행하기 전까지 다양한 기업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을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에서는 인력과 자원 부족으로 인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어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기업들도 주 4.5일제를 시행하더라도 충분한 사전 준비 기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들도 사전 준비를 통해 생산성 향상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업무 효율화·인력 운영 전략 등 체계적인 대응책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주 4.5일제에 대해 단계적으로 도입한다고 직접 언급한 만큼 재계의 의견을 꼭 반영해주길 바란다”며 “급박하게 시행될 경우 생산성과 품질 저하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수 있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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