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AI수석 이어… 과기부 LG 출신 배경훈·중기부 네이버 출신 한성숙
업계선 "AI 진흥 기대감" vs "특정 기업 이해충돌 발생 우려"… 중립성 관건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이재명 정부가 AI(인공지능) 정책을 책임질 핵심 요직에 네이버·LG 등 IT(정보기술) 기업인 출신들을 대거 배치하면서 업계에서는 AI 진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가차원의 AI 모델 개발 과정 등에서 특정 기업으로 수혜가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배경훈 LG AI 연구원장을 지명했다. 앞서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으로는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을 임명했으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지명됐다.

이번 인사는 실무 경험과 기술 전문성을 갖춘 민간 출신 AI 인재들을 중용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배 후보자는 LG의 LLM(거대언어모델) '엑사원' 개발을 주도했으며 하 수석은 네이버의 LLM '하이퍼클로바X' 개발을 총괄했다. 한 후보자는 2017년 여성 최초로 네이버 CEO에 오르며 연매출 6조 원 달성을 이끈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우선 이재명 정부가 '소버린AI'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등의 긍정적인 분석이 나온다. 소버린AI는 빅테크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인프라와 데이터를 통해 독립적인 AI 역략을 구축해 운영하는 AI 모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 출신 전문가들이 고위직에 발탁된 것은 파격적"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는 소버린 AI 개발과 맞닿은 인사"라고 말했다.

또 기업과 정책의 가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요직에 IT 전문가들이 지명됐다는 점에서 새 정부에서의 AI 진흥에 대한 기대감도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현장과 업계 상황을 잘 아는 전문가인 만큼 AI 사업 추진 과정에서 긍정적인 방향을 이끌어낼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며 "아무래도 정책만 다루던 분과는 다르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네이버·LG 출신 인사들이 정부 요직에 자리한 상황에서 AI 국가 프로젝트에 이들 기업을 포함시키면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등의 지적도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 요직에 산업계 인사들이 대거 등용되는 흐름은 긍정적"이라면서도 "특정 대기업 중심의 AI 정책 설계 구조가 IT 생태계를 갈라파고스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또 "지금 보이는 방향은 정부 주도의 자원 집중, 통제, 그리고 생태계 획일화로 흐르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AI가 국책사업화되는 순간, 창의와 다양성은 사라진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도 지난 24일 논평을 통해 "국회는 해당 후보자들이 출신 기업의 이해관계와 충돌할 수 있는 통신 공공성 강화, 경제민주화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인사들인지 엄정히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시선과 관련해 배 후보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 둘째날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체적인 AI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은 특정 기업이 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업계를 중심으로는 "앞으로 어떻게 될 지 관건"이란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결국 실제 AI 관련 정책 실행 과정에서 공정성과 중립성이 담보돼야 하는 것"이라며 "(이들 후보자와 수석이) 전문성은 확실히 지닌 만큼 오히려 특정 기업 중심의 정책이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견제와 균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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