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전례 없는 글로벌 도약의 기회를 맞은 가운데 골든타임이 다가왔다. 글로벌 제약 시장 판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전략과 실행력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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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현지 시간)부터 19일까지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2025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에서 참가자들이 셀트리온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사진=셀트리온 |
26일 PwC컨설팅이 발간한 '한국 바이오·헬스케어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가이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으로의 도약에 남은 결정적 시점은 3~5년이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중 갈등, 미국의 바이오 정책 변화, 중국과 일본의 산업 전략 변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기회가 동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기술력과 시장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블록버스터 신약들의 특허 만료, 글로벌 빅파마의 아시아 시장 진출 가속화등으로 인해 한국 기업이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는 유효 시한이 3~5년으로 한정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속도를 내기 위해 이번 바이오USA에서 존재감을 강조했다. 국내 기업과 단체 70여 곳은 역대 최대 규모로 참가해, 글로벌 파트너십 모색과 신약 기술 홍보에 나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등 주요 기업들은 대형 부스를 설치하고 수백 건의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했다.
국내 기업들은 이외에도 이번 지정학적 리스크를 기회의 창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기술력과 시장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는 국내 기업의 기술력과 신뢰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이전, 공동 개발, 투자 유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우선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신약 파이프라인을 비롯한 첨단 기술 주도가 꼽힌다. 최근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기업들은 AI(인공지능), 오가노이드, 다중항체 등 첨단 기술을 앞세워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규모 생산설비와 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 역량을 무기로 삼고 있으며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와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확장하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SK바이오팜, 한미약품, 유한양행 등도 뇌전증 치료제, 항암 신약, 면역항암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임상과 기술이전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오는 2028년 전후로 블록버스터 신약(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의 특허 만료가 대거 예정되어 있다. PwC컨설팅 등 주요 기관들은 해당 시기를 ‘신약 시장 진입의 골든타임’으로 지목했다. 특허 만료로 인한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대와 동시에 혁신 신약 개발에 성공한 기업이 글로벌 빅파마와 동등한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하지만 골든타임을 잡기에는 아직 글로벌 빅파마들과의 R&D규모와 비율 측면에서 격차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제약·바이오 상위 10곳의 연간 R&D 투자 규모는 약 1조5000억~2조 원으로 추정되며 매출 대비 투자 비율은 7~17%(일부 20% 이상)수준이다.
반면 글로벌 빅파마 10곳의 매출 대비 투자 비율은 17~25%다. 존슨앤존슨(J&J)은 172억~150억 달러 (약 21조~25조 원), MSD(머크)는 310억 달러 (약 45조 원) 등의 수준으로 국내 기업의 투자액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성공적인 신약 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과감한 투자와 산업 체질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혜림 PwC 스트래티지앤드 디렉터는 "기술적 차별성과 수익성을 갖춘 후보물질을 중심으로 과감한 투자와 상업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며 "성공 사례를 통해 산업 체질을 바꾸는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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