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소윤 기자]'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 의무화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 계획의 일환으로 ZEB 기준이 강화되면서 국내 건설사들은 기술 개발과 설계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공사비 급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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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한 공사장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30일부터 연면적 1000㎡ 이상 민간 건축물과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도 제로에너지건축물(ZEB) 5등급 이상 인증이 의무화된다. 기존 공공에 한정됐던 적용 범위가 민간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ZEB는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 등을 활용해 건물의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는 고효율 건축물이다. 고성능 단열재와 창호, 에너지관리시스템(BEMS) 등을 적용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일부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에너지 소비량과 생산량의 합산 값이 '0'에 수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 2017년 도입된 ZEB 인증제는 건물의 에너지 자립률에 따라 1등급(120% 이상)부터 5등급(20% 이상~40% 미만)까지 총 6단계로 구분된다. 정부는 민간 부담을 고려해 5등급 인증이 아닌 공공주택보다 80~90% 완화된 설계 기준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건설업계, 'ZEB 인증 강화' 선제 대응…기술 개발 총력
건설사들은 제도 시행에 앞서 선제적인 기술 개발과 실증사업을 진행해왔다.
먼저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2021년부터 ZEB 5등급 수준의 표준모델을 수립하고 설계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또한 태양광 설비를 효율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태양광 적용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옥상, 벽면, 난간 등 다양한 방식의 적용 방안을 검토해 오고 있다. 2022년에는 '부산 에코델타시티 스마트 빌리지' 사업에 ZEB 1등급 본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2017년 송도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1차'를 통해 민간 아파트 ZEB 5등급 인증을 받은 대표적 사례를 만들어냈다. 고성능 단열재, 기밀 시공, AI 기반 BEMS(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 등을 도입해 에너지 자립률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현대건설은 에너지 자립률 제고를 목표로 에너지 저장장치(ESS), 단지별 최적의 신재생 에너지 믹스 방안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GS건설은 '에너지 절약형 조명'을 자체 개발하고 주거 브랜드 '자이(Xi)'에 적용하기로 했다. 초고효율 LED와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 제어 기능을 탑재한 조명시스템으로 기존 대비 30~50%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밖에 포스코이앤씨, DL이앤씨 등도 고단열 창호, 태양광 시스템,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을 적용하고 설계 지침을 마련해 프로젝트 별 인증 적정성을 검토하고 있다.
◆ "에너지 절약 공감하지만…공사비∙분양가 상승 불가피"
정부는 ZEB 제도를 통해 장기적으로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 국토부는 "전용 84㎡ 기준으로 연간 가구당 에너지비용이 약 22만 원 절감되며, 증가한 공사비는 6년 이내 회수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국토부의 공사비 상승 추정치는 전용면적 84㎡ 기준 가구당 약 130만 원 수준이다. 개별난방 방식인 최고 25층 아파트를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3.3㎡당 5만1000원의 건축비가 더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공사비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실제 시공 현장에서 요구되는 성능 기준을 맞추려면 가구당 최소 250만 원 이상의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대한건축학회에서도 제로에너지 건축물 5등급 기준을 충족하려면 공사비가 기존보다 26~35%가량 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5등급 인증을 받기 위해선 태양광발전시스템 용량을 증가시켜야 하기 때문에 비용 상승은 피할 수 없다"며 "분양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제도는 지난해 초 도입될 예정이었지만, 정부가 건설업계의 우려를 반영해 시행 시점을 1년 6개월 연기했다.
이미 건설업계는 급증한 공사비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산하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1.23으로, 5년 전보다 약 31.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자재비와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업계 전반의 비용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다.
특히 중견 건설사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대형사는 자체 기술 개발과 협업을 통해 ZEB 인증 기준에 선제 대응하고 있지만, 중견사는 연구개발 역량과 비용 여력이 부족해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사는 자체개발과 협업 등을 많이 하지만, 중견사의 경우 이를 대응할 여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며 "인증 강화로 인해 사업성이 대폭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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