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컨트롤타워 주창자들은 ‘유아적’.

이계철 신임방통위원장이 지난 주 취임 일성으로 IT컨트롤타워의 부활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정부 중반부터 IT산업계는 IT컨트롤타워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한 이후 끊임없이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이에 대해 지경부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얼마 전 장관의 입을 통해 재확인하였다.

IT컨트롤타워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어떤 것을 원하는지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 정보통신부가 만들어졌던 1994년에는 IT산업이 새로 막 태동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IT 산업의 콘트롤타워의 필요성이 충분하였고, 그 결과 IT산업이 세계적으로 비교하여 선도적인 성공을 일구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IT는 전 산업의 필수적인 요소로 스며들고 있다. 어떤 산업과 업종에서도 IT를 상정하지 않고는 효율성을 논할 수 없다. 신약개발, 로봇, 우주항공, 화학, 에너지, 관광, 문화콘텐츠, 선박 등 그 어떤 분야에서도 IT는 침투되고 있고 활용돼야 한다.

혹시 IT컨트롤타워를 주장하는 이들이 이 많은 분야들을 IT업계가 주도적으로 리드해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상상을 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단계에서는 IT산업의 고유 분야를 더욱 발전하도록 노력해야 함은 당연하고 이를 활용하는 분야의 발전을 돕는 데 자신들의 역할을 자리매김해야 한다. 아직도 IT컨트롤타워 주장자들이 정보통신부가 처음 창립되었을 때의 파워를 상상하고 있다면 시대변화를 읽지 못한 것이라고 본다.

다른 분야를 돕는다고 하여 IT산업의 중요성이 결코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일부 정책당국자들과 학자, 전문가들이 여전히 산업의 분화와 집중, 융합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타 분야를 통제하고 통일을 꾀하는 유치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IT산업의 발전을 진정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오히려 IT산업의 영역을 더 세분화하여 더 깊이 집중하고 파고듦과 동시에 타 분야와 융합하는 데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산업과 학문의 발전 역사는 바로 그 길을 걸으면서 위대한 발전을 해왔다.

IT컨트롤타워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상태도 ‘유아적’이다. 한국 사회에서 어느 산업 분야도 소중하지 않는 곳이 없으며 그런 식으로 주장하면 모든 분야에서 다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컨트롤타워는 스스로 그 행위를 하면 되는 것이지 그것을 목소리를 높여 나만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스럽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컨트롤타워는 특정 산업의 태동기 혹은 전인미답의 개척기에는 필요하다고 본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경공업만으로 생존했던 우리 산업계에 중화학공업을 도입할 때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했다. IT산업이 세계적으로도 거의 유치한 단계였을 무렵 한국이 이 분야를 치고 나갈 필요성이 있을 때는 그런 컨트롤타워가 정당했었다. 그러나 현재의 IT산업은 적어도 태동기는 아니다.

IT컨트롤타워라는 말은 더욱이 정부의 통제와 개입을 노골적으로 편들고 공무원들에게 민간의 자율성을 넘겨주는 의식의 발로라는 면에서도 결코 받아들이기 힘든 정신 태도이다.

또 하나 달라진 경제환경을 직시해야 한다. 경제가 선진화될수록 각 부문은 세분화되기 때문에 각 부문에 배분되는 정부의 예산지원과 역할은 줄어든다는 점이다. 이는 당연한 이치다. 선진화된다고 하면 그만큼 분야가 대폭 늘어나게 되고 각 분야마다 자기 목소리를 내고 예산지원과 정부의 역할을 요구하게 된다.

정부의 예산이 무한정 늘어날 수도 없고 정부의 지나친 통제와 개입은 각 산업의 자율적 독립성과 발전을 위해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IT업계가 컨트롤타워 운운 하는 건 결국 정부의 예산지원을 바라고 하는 말인 줄로 알고 있다. 이 부분에서 정부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그것은 벤처기업을 위한 엔젤투자 환경 조성 등 정상적인 금융산업의 발전을 도모하여 민간의 자본을 IT업계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정부 예산을 그냥 나눠주는 식은 안 된다. 그런 예산은 더 시급한 분야에 쓰여져야 한다.

방통위에서 IT컨트롤타워를 하겠다는 데 누가 반대를 하겠는가. 또 당연히 해야 한다. 다만 과거 정통부 시절처럼 중앙 통제식으로, 많은 예산을 풀어서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해서도 안 되고 그렇게 할 수도 없는 처지다. 또 앞서 언급한 대로 IT요소가 들어간다고 해서 방통위가 로봇과 문화콘텐츠를 할 수는 없다. 방통위는 IT 고유분야에서도 지경부와 협력하여 하고 로봇과 문화콘텐츠는 지경부와 문화관광부를 돕는 게 합리적이다.

방통위는 새 위원장 선임을 계기로 하루빨리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여 필요한 곳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종려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