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재명 대통령은 26일 최근 정부가 편성한 30조 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설명하는 시정연설을 갖고 “경제위기에 정부가 긴축만 고집하는 것은 무책임한 방관이자, 정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2025년도 추경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정부의 가장 큰 책무는 바로 국민의 삶을 지키는 일이 아니겠나”라며 “국민의 삶을 지키는 정부, 위기 앞에 실용으로 답하는 정부라야 한다. 이념과 구호가 아니라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실천이 바로 새정부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저는 취임 첫날 첫 행정지시로 비상경제점검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경기침체 극복과 민생회복을 위해 30조 5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했다”며 “‘신속한 추경 편성’과 ‘속도감 있는 집행’으로 우리 경제, 특히 내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경기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직접 추경안 세부 내용을 설명했다.
먼저 “심각한 내수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소비진작 예산 11조 3000억원을 편성했다”면서 “약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편성해 소비 여력을 보강하고, 내수시장 활성화를 지원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쿠폰은 전 국민에게 보편 지급하되 취약계층과 인구소멸지역은 더 두터운 맞춤형 지원으로 편성했다”며 “전국민 1인당 15만원씩 받으시되, 지역과 형편에 따라 최대 52만원까지 지원하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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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5.6.26./사진=연합뉴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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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역경제에 숨을 불어넣기 위해 지역사랑상품권에 6000억원 국비를 추가 투입해 할인율을 인상하고, 발행 규모를 8조원 추가로 확대했다”며 “소비푸콘과 지역사랑상품권은 지방을 더 지원한다는 새정부의 철학에 따라 지방에 더 많은 국비를 편성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경기 활성화를 위한 투자 촉진 예산 3조 9000억원을 편성해 철도·도로·항만 등 집행 가능한 SOC(사회간접자본)에 조기 투자하고, 침체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시장에 총 5조 40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해 건설경기를 살리겠다”고 했다.
“대한민국 성장동력을 되살리기 위해 AI(인공지능)와 신재생 에너지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벤처·중소기업 모태펀드 출자 등 1조 3천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코로나 팬데믹 위기부터 12.3 불법 비상계엄까지 극심한 고통을 겪고 계신 소상공인, 자영업자, 취약계층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새정부는 빚을 갚을 여력이 없는 취약 차주 113만명의 장기연체채권을 소각하겠다. 성실하게 상환 중인 소상공인에게는 분할 상환기간을 확대하고 이자를 추가 감면하겠다. 폐업 소상공인의 재기 지원을 위해서 폐업지원금도 인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추경안에는 세입경정을 반영했다. 10조 3000억원 규모의 세입경정을 추진해서 재정 정상화의 시작을 알리겠다”면서 “2023년과 2024년에 도합 80조원 이상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그리고 올해도 상당 수준의 세수 결손이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만약 세수 결손을 방치할 경우 정부는 연말에 예산을 대규모 불용 처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예산을 계획만큼 지출하지 못할 뿐 아니라 지방재정 지원도 줄어들게 된다. 이는 사실상 긴축재정 운용으로 민생과 경기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새정부는 변칙과 편법이 아닌 투명하고 책임 있는 재정 정책을 펼치려고 한다. 추경안에 세입경정을 반영해서 이미 편성한 예산이라도 필요한 사업만을 적재적소에 집행하려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 대통령은 “새로운 나라,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은 대통령 혼자, 또는 특정한 소수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새로운 사회로 변화하는 과정은 고통을 수반하지만 검불을 걷어내야 씨를 뿌릴 수 있다. 작은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하면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며 야당의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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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인사하고 있다. 2025.6.26./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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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다행히 새 정부 출범 이후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소비심리가 많이 개선되고 있다”면서 “오직 실용 정신에 입각해 국민의 삶을 살피고, 경기회복과 경제 성장의 새길을 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해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활력을 되찾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데 국회가 적극 협조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이 어려운 자리 함께해주신데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 대통령은 입장하면서 중앙 복도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악수하면서 이동했다. 이 대통령이 연설 도중 “외교에는 색깔이 없다.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국익이냐, 아니냐가 유일한 선택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발언에 민주당 의원들이 박수를 쳤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감사하다.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응이 없는데, 이러면 쑥스러우니까”라고 하자 국민의힘 의원 한 두 명이 짧게 박수를 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어 이 대통령의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것을 국민들게 보여주자” “정부의 가장 큰 책무는 바로 국민의 삶을 지키는 일이 아니겠나” 등 발언 중간 중간에 의원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 대통령은 “특히 우리 야당 의원님들께서도 필요한 예산 항목이 있거나”라며 “삭감에 주력하시겠지만, 추가할 게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의견을 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하자 의원들 사이에서 웃음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연설이 모두 끝난 다음 우원식 국회의장과 악수한 뒤 국민의힘 의석 쪽으로 가서 복도에 서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악수하며 퇴장했다. 김용태 비대위원장, 권성동 의원을 비롯해 윤상현·나경원·한기호 의원 등과 악수했는데, 이 대통령이 권 의원과 대화한 뒤 어깨를 잡는 모습도 포착됐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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