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늘리기로 합의하면서 K-방산에도 수출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기술력을 갖춘 가운데 가격 경쟁력, 빠른 납기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살려 수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K-방산 수출 기회 확대와는 달리 미국이 우리나라에도 국방비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가 재정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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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토 정상회의에서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5%까지 확대하기로 합의했다./사진=연합뉴스(AFP) |
◆나토, 국방비 대폭 증액…한국도 협력
26일 업계에 따르면 나토는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총 5%로 증액하기로 공식 합의했다. 현재는 GDP 2%를 지출하고 있는데 이를 대폭 끌어올리기로 한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연간 GDP의 최소 3.5%를 핵심 국방 수요에 투입하고, 1.5%는 핵심 인프라 보호, 네트워크 방어, 방위산업 기반 강화 등에 제출하기로 했다.
매년 경제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에 향후 국방비 지출 규모를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수천억 달러 비용을 추가로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국내 방산업체들에게도 수출 확대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방산 지출 규모가 늘어나지만 유럽 현지에서 이를 전량 조달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한국을 포함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과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방산 협력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K-방산의 입지도 확대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을 대신해 이번 회의에 참석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한국과 나토가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을 전하고, 구체적인 협력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에 들어갔다.
위 실장은 마크 루터 나토 사무총장과 만나 “한국은 우수한 방산 역량을 보유한 만큼 나토의 방위·방산 역량 강화에 최적의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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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와 K10 탄약 운반차./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
◆유럽 현지화로 수출 기회 확대
국내 방산업체들은 유럽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수출 전망이 밝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지난 2022년 폴란드와 계약한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생산·납품 역량을 입증했다. 게다가 방산 선진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납품하면서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지속적인 기술지원과 유지·보수 등을 통해 신뢰도까지 높이면서 추가 수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국내 방산업체들이 유럽 현지화에 나서면서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은 국방비 지출과 맞물려 안정적인 수출 기반 마련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에 합작법인을 설립해 유도탄을 현지 생산할 예정이며, 추가 생산시설 확보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9 자주포 계약을 맺은 루마니아에도 현지 생산시설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로템도 폴란드와 2차 계약 시 현지에서 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KAI 역시 FA-50 부품을 현지에서 생산에 조달할 방침이다.
향후 유럽에 수출 가능성이 큰 무기체계로는 이미 경쟁력을 입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가 꼽힌다. 이미 나토 회원국 중 6곳이 K9 자주포를 도입한 만큼 인접 국가로도 공급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레드백 장갑차 역시 호주에서 도입을 확정하면서 성능을 입증한 만큼 추가 수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대로템은 K2 전차를 통해 유럽 수출 확대에 나서며, KAI는 FA-50은 물론 차세대 전투기인 KF-21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 대공방어망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LIG넥스원의 대공방어망체계 역시 수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LIG넥스원은 루마니아 국영 방산기업 롬암과 대공미사일에 대한 협력에 나서면서 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현지화 전략은 유럽 판매를 늘릴 수 있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며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수주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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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제공 |
◆미국의 국방지 증액 화살, 한국으로 향할 수도
K-방산이 나토 회원국으로 수출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이 우리나라를 향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에 나토가 국방비를 늘리는 것도 트럼프의 강력한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가 증액 요두를 받아들인 데 만족감을 드러내며 “그 누구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던 역사적 수치”라며 “미국, 유럽, 서구 문명의 승리”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은 만큼 우리나라도 사정권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 국방부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동맹국도 GDP의 5% 수준으로 국방비를 지출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국방비는 2.37% 수준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국방비는 자주적으로 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의 압박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의 요구대로 국방비가 증액된다면 국가 재정 부담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미국에서 자국의 무기체계를 도입하라는 요구까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방산 정책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 국방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지난해에도 60조 원에 가까운 금액을 국방비에 지출했는데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130조 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 같은 급격한 증액은 사회 전체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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