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새 정부에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카드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디지털 기반의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전통적인 지급결제 사업자인 카드사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정화폐나 특정 자산에 가치를 고정한 가상화폐를 말한다. 주로 달러나 유로화 등에 가치가 고정되게 설계된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가격 변동성이 큰 기존 가상자산과 달리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 설계됐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다음달 ‘디지털자산 혁신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디지털자산 혁신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등을 포함하는 개념인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을 정의하고, 발행자 인가 요건으로 자기자본 10억원 이상을 규정했다.

   
▲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을 디지털자산 허브로 만들겠다고 공약한 만큼 원화 스테이블 코인 법제화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스테이블 코인의 99%는 미국 달러와 1대1로 연동돼 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후 ‘1코인=1000원’ ‘1코인=1만원’처럼 우리나라 법정 화폐와 가치가 연동된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의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가맹점수수료 수익 감소에 대출사업도 제한되는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범용화될 경우 결제수단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전통적인 결제망을 우회해 수익성이 줄어들까 우려하고 있다.

민간 발행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수단으로 활용하게 되면 기존 카드사를 통한 결제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스테이블코인은 카드사, 단말기 설치, 결제대행사(PG), 벤사(VAN) 등 중간 과정을 거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단말기 비용이나 가맹 수수료 없이 블록체인 거래를 위한 네트워크 수수료만 지불하면 된다.

미국에서도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인 ‘지니어스(GENIUS)’ 법안이 미 상원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뉴욕증시에서 암호화폐 관련주가 급등하고 비자·마스터카드 등 카드사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법안 통과로 최근 월마트, 아마존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활용 방안을 논의하는 등 유통·플랫폼 기업이 결제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신용공여 기능이 없어 기존 카드업을 흔들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스테이블코인이 신용카드의 신용공여 기능을 대체할 수 없는 만큼 선불·체크카드 수준의 기능에 머무를 것으로 보는 것이다.

또 한국은행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가치 안정성 및 준비자산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경우 디페깅(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연동 자산의 가치와 괴리되는 현상) 및 대규모 상환 요구가 발생해 코인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블록체인 관련 제도나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탓에 기술적 오류가 발생하거나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 등 결제·운영 측면에서의 위험도 내재해있다고 지적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된다고 해도 충전해 사용하는 선불형 구조로 신용공여 기능이 없다면 결제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 스테이블코인은 현재까지 주로 가상자산 거래소 내에서 코인을 사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데 사용처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확장성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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