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전기차 보급이 점차 확대되면서 국내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다. 사용 후 배터리의 처리와 재활용이 산업계와 정부 및 환경 분야에서 핵심 이슈로 부상하면서 순환경제 실현과 자원 확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며 관련 시장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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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에코플랜트 자회사 SK테스의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폐배터리 재활용 전처리 공장 모습./사진=SK에코플랜트 |
27일 시장조사기관 엑스퍼트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시장의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향후 10년 간 약 70%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기준으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올해 기준 약 49억 달러 규모로 평가되며 오는 2034년에는 428억 달러까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국내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2032년까지 3억4400만 달러(약 4655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은 약 6%로 글로벌 시장의 고성장세(연평균 27.3%)에 비하면 다소 낮은 수치지만 국내 산업 구조와 정책 환경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성장세라는 평가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친환경 모빌리티와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확산되면서 수명이 다한 배터리의 재활용 수요도 함께 급증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재활용 시장의 성장 동력은 크게 △전기차 보급 확대 △환경 규제와 정책 강화 △자원 확보와 공급망 안정성 △기술 혁신과 인프라 확충 네 가지로 요약된다.
전기차 보급 확대는 가장 큰 요인으로 평가된다. 2024년 5월 기준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는 59만 대를 넘어섰다. 앞서 환경부는 2030년 이후 연간 10만 개 이상의 사용후배터리가 배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판매되는 전기차 외에도 이후 폐배터리 회수를 위해 배터리 환경성 계수를 적용하기도 했다. 보조금에 차등 적용을 유인했으며 전기차 메이커들에게 핵심 광물 회수율이 높은 NCM(니켈, 코발트, 망간) 배터리 사용을 적극 권장했다.
둘째는 환경 규제와 정책 강화다. 정부는 2025년까지 재생원료 인증제를 도입하고 2027년부터 배터리 등급 분류를 위한 성능평가를 시행할 계획이다. 해당 제도는 사용후배터리에서 추출한 리튬, 니켈 등 유가금속이 신품 배터리 제조에 얼마나 투입됐는지 확인하는 체계로 EU 등 주요국의 통상규제에 대응하고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자원 확보와 공급망 안정성도 주효한 이유다. 국내 배터리 산업은 리튬, 코발트, 니켈 등 핵심 광물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금속들을 회수할 경우 원가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3월 국내 재활용 기업들과 ‘전기차 폐배터리 재생원료 인증 시범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해당 사업은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재생원료의 품질과 이력을 인증하는 제도로 순환경제 실현과 희소 금속 공급망 강화에 기여하기 위한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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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일하이텍 직원들이 폐 배터리 해체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KBS1 시사멘터리 추적 '폐배터리가 몰려온다' 캡처 |
기술 혁신과 인프라 확충도 폐배터리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습식제련, 건식제련, 직접 재활용 등 다양한 기술을 개발·적용하고 있다. 성일하이텍, 에코프로, 포스코HY클린메탈, SK에코플랜트, 영풍, 고려아연 등은 배터리 전처리(분해·파쇄)부터 후처리(금속 추출·정제)까지 밸류체인을 내재화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에코프로는 포항에 2조 원을 투입해 폐배터리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업들의 노력을 장려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민간의 전기차 폐배터리 회수·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분리, 보관, 화재방지, 성능평가, 방전 설비 구매비용의 50%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 중이다. 사업자당 최대 1억 원의 지원금이 지급되며 이를 통해 민간 회수체계와 안전한 산업 환경 조성, 재사용·재활용 활성화가 기대된다.
국내 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글로벌 경쟁 심화, 규제 변화, 공급망 차질 등 과제도 안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업계의 협력, 기술 개발, 인프라 확충, 정책 지원이 맞물리며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대상을 기존 50종에서 전 품목으로 확대했다. 전기·전자제품 내 배터리 회수율을 극대화하고 재활용이 까다로운 LFP(리튬, 인산, 철) 배터리 등도 EPR 대상에 포함해 공급망 차질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또한 전국 6개소에 있는 재활용 가능 자원 비축시설(약 1만5000톤 규모)을 원료 보관 장소로 기업에 임대해 원료 수급의 안정성을 높이고 폐기물 규제 완화로 순환자원 인정 범위도 확대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 같은 대책을 계기로 국내 배터리 순환이용 업계가 향후 2~3년 내에 다가올 산업 성장기에도 시장 경제를 지속 유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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