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소윤 기자]현대건설이 고부가가치 사업 중심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과 잇단 협약을 체결하며 해외 원전 건설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한 데 이어, 국내 해체 시장의 확대 흐름까지 맞물리면서 이익률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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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건설 계동 사옥./사진=현대건설 |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미국 시카고, 워싱턴 D.C.에서 현지 유수의 건설사들과 릴레이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와이팅-터너(Whiting-Turner), DPR 컨스트럭션, 자크리(Zachry) 등 다수의 건설사와 미국 내 원자력 프로젝트 수행 전반을 아우르는 분야에서 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2030년까지 신규 원전 10기 착공,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 4배 확대를 목표로 원전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기업 웨스팅하우스의 전략적 파트너사인 현대건설의 현지 사업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유럽 시장도 적극 공략 중이다. 현대건설은 이달 핀란드 현지 기업들과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사전업무착수계약(EWA)을 체결하고 유럽 원전시장 입지 확장에 나섰다. 올해 내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대형 원전(7·8호기) 프로젝트의 EPC(설계·조달·시공) 본계약 체결도 목표로 두고 있다. 증권업계는 해당 사업 규모를 최대 70억 달러(약 9조5000억 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이 같은 행보는 'H-Road' 전략에 기반한다. 현대건설은 고부가가치 중심의 체질 개선을 위한 △에너지 트랜지션 리더(Energy Transition Leader) △글로벌 핵심 플레이어(Global Key Player) △핵심 경쟁력 집중(Core Competency Focus) 등 세 가지 전략을 내세웠다. 대형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지속 가능한 에너지 분야를 핵심 성장축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H-Road를 통해 수주 규모를 현재 17조5000억원에서 2030년 25조원으로 확대하고, 에너지 분야 매출 비중을 21%까지 끌어올리겠단 계획이다.
◆ 글로벌 '친원전' 정책 확산…국내 해체 시장 선점도 '청신호'
글로벌 정책 기조가 '친원전'으로 돌아서고 있는 점도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원자력 발전 용량을 현재 97GW 수준에서 400GW까지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유럽연합(EU) 국가들 역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SMR 등 건설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원전 해체 시장의 호조도 맞물렸다. 최근 국내 최초 상업용 원전인 고리 1호기의 해체가 최종 승인됐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2017년 영구정지된 원전으로, 국내 상업용 원전 해체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원전 해체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약 500조 원에 달하는 세계 시장 진출의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다.
현대건설은 원전 해체 시장에서도 선도적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2019~2021년 고리 1호기 해체 부지 오염 및 규제 해제 안전성 평가를 수행하며 관련 기술력을 축적했고, 2022년에는 미국 홀텍(Holtec)의 인디언포인트 원전 해체 프로젝트에 국내 기업 최초로 참여해 해외 해체 사업 경험도 쌓았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이번 고리 1호기 해체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영구정지된 원전은 214기에 달한다. 원전 해체 시장 규모는 2050년까지 약 5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만 해도 약 24조 원 규모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의 대형 원전 및 SMR 관련 매출은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해 원전의 이익 기여도가 상승할 것"이라며 "또한 미국 주요 원전 기업과의 협력으로 글로벌 경쟁력 향상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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