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에 속도를 내면서 재계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한층 더 커지고 있다. 재계는 소송 남발, 경영활동 위축 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법안 추진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강행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재계는 꾸준하게 의견을 전달해 막판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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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민주당, 이번 주 상법 개정 강행…재계 우려는 ‘여전’
30일 재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오는 7월 3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상법 개정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고, 취임 후 2~3주 내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또 민주당은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도 추가했다. 이외에도 전자 주주총회 개최 의무화도 개정안에 담겼다.
이같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계는 소송 남발과 경영권 침해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먼저 이사 충실 의무가 주주까지 확대될 경우 주주들이 이사회의 의사결정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경영진이 법적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사회의 결정이 회사에는 이익이 되지만 특정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회사가 투자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외국계 투기 자본이 제도를 악용하게 되면 소수 지분만으로도 국내 기업들을 압박할 수 있어 경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는 꾸준하게 상법 개정안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해왔다. 올해 3월 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재계의 우려를 감안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법안 통과를 저지한 바 있다.
하지만 6월 대선 직후 민주당은 재차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이번 주 내로 처리를 강행할 예정이다.
이에 재계는 지난 25일에도 국회를 찾아 여야 신임 원내지도부와 인사를 나누고, 상법 개정안에 대한 부담감을 전달했다.
당시 재계는 상법 개정안을 글로벌 기준에 맞춰달라는 요구와 함께 중소·중견기업에도 상법 개정안이 적용되는 것, 기업 경영이 형사 처벌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는 정치권과 접촉하며 입장을 설명해 왔지만 만족할 만한 조율은 나오지 않았다”며 “이번에 나온 상법 개정안은 전보다 오히려 더 강해지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더 커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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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 추진과 관련해 경제6단체 부회장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재계, 막판까지 총력전…“의견 조율 필요”
30일에도 주요 경제단체(한국경제인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 상근부회장단은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 등을 만나 상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재차 전달했다.
특히 이번 간담회는 민주당의 상법 개정 상정을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의견 개진 기회였다는 점에서 재계는 총력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경제계도 주식시장의 활성화나 공정한 자본시장 여건 조성에는 이견이 없다. 상법상의 주주 충실 의무 조항 반영도 그 해결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경제계가 걱정하는 것은 상법 개정을 통해 있을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집권 여당으로서 결과에 대한 예단 없이 다시 한번 논의의 기회를 가질 것을 건의한다”며 “관련 부처 장관들과도 의견을 조율하는 모습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마지막까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공정 성장이라는 경제 성장 정책이 더 효과적으로 작동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측도 재계의 우려에 귀 기울이며 협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모습을 보였다. 진 정책위의장은 “(재계가) 우려하는 것과 같은 그런 문제가 나타난다면 언제든지 제도를 보완하고 수정할 용의가 있다”며 “혹시 발생할지 모를 부작용을 함께 해소해 나가는 데 지혜를 모아줬으면 좋겠다”라고 언급했다.
재계는 상법 개정안의 통과 전까지 기업들의 의견을 보다 폭넓게 종합해 더 발전적인 제안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더 이상 대통령의 거부권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최대한 우려되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할 때”라며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수정하기보다 지금 단계에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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