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서울국제여성영화제(집행위원장 황혜림)가 주최·주관하고 서울특별시 양성평등가족기금이 후원하는 대표적 시민 교육 프로그램 ‘2025 씨네페미니즘학교’가 지난 6월 25일, 김은실 또 하나의 문화 이사장의 닫는 강좌 ‘디지털 시대의 텍스트와 관객: 새로운 소통과 연대의 가능성’을 끝으로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올해 ‘씨네페미니즘학교’는 ‘가상과 현실 사이, 확장되는 세계와 나와 미디어’를 주제로, SNS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소통과 관계의 변화, 그리고 확장현실(XR), 딥페이크 등 생성형 AI 기술이 일상과 정체성, 사회적 관계를 어떻게 재구성하는지를 성인지적 시선에서 조망하고자 기획되었다. 5월 14일 김신현경 서울여대 교수의 여는 강좌 ‘디지털 리얼, 우리와 세계를 다시 묻다’를 시작으로 6월 25일까지 7주간 이어진 ‘2025 씨네페미니즘학교’에서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대안적 소통과 젠더 감수성의 방향을 시민들과 함께 질문하고 사유하는 시간으로 채워졌으며, 영화 상영과 이론 강의, 실천적 토론이 어우러지는 공론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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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국제여성영화제 ‘2025 씨네페미니즘학교’ 2강 현장.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
총 7회의 강좌는 영화 상영과 함께 하는 친밀한 토크 형태로 시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열린 강좌’, 그리고 주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전문가 심층 강의 중심의 ‘집중 강좌’로 구성됐다. 4월 23일에 시작된 수강생 모집이 5일만에 조기 마감된 후 수강 대기 신청을 통해 강의 별 평균 약 130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모았다.
참가자 만족도 조사에서는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불편함을 다시 마주하게 된 시간”, “시의적절한 강의이자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강의”, “AI와 기술이라는 낯선 주제를 나의 삶과 연결해볼 수 있었던 기회” 등 수강생들의 생생한 반응이 이어졌다.
3회에 걸친 열린 강좌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진행됐으며, 영화 상영과 창작자 토크를 결합하는 영화제 특유의 구성으로 대중적인 접근성을 높였다. '그녀가 죽었다'의 김세휘 감독, '정순'의 정지혜 감독, 그리고 2023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단편 부문 수상작인 '순간이동'의 남아름·권오연 감독이 함께해, 각 작품이 다룬 젠더 이슈와 창작자로서의 시선을 공유했다.
첫 열린 강좌인 2강 ‘소셜미디어, 관종과 관심 사이’에 함께한 '그녀가 죽었다'의 김세휘 감독은 “생각하지 않으면 남들이 원하는 시선대로 살 수밖에 없고, 스스로는 자아는 죽게 된다고 생각했다”며 자기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관음과 관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 서로가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라고 시선의 교차 속에 형성되는 자아의 구조에 대해 덧붙이며, 일상 속 시선의 교차가 만들어내는 존재의 구조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3강 ‘디지털 성범죄, 우리는 안전한가’에서는 '정순'의 정지혜 감독이 토크 게스트로 함께했다. 정 감독은 “피해자는 피해자이기 이전에 삶을 살아가는 개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정순’이 다시 노래를 되찾아가듯, 이 영화가 자신의 서사를 되찾는 과정이 되기를 바랐다”고 밝혔다.
6월 11일에 진행된 5강 ‘확장된 연대: 다큐멘터리 현실과 가상이 만난 인터페이스’에서는 '순간이동'의 남아름 감독과 권오연 감독이 강연자로 참석했다. 권오연 감독은 “우리는 물리적으로 함께할 수 없었지만, 캐릭터는 순간이동을 통해 전진할 수 있었다. 이 작업은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남아름 감독은 “온라인 공간에서 마주한 혐오는 결코 디지털에 머물지 않는다. 그 혐오가 현실로 스며든다는 것을 체감했고, 페미니스트의 시선으로 기록하고 연대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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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국제여성영화제 ‘2025 씨네페미니즘학교’ 7강 현장.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
청년문화공간 JU에서 진행된 집중 강좌는 딥페이크, AI, 증강현실 등 디지털 기술이 여성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젠더 감수성의 시선에서 분석했으며, 이론과 실제를 아우르며 동시대의 문제를 짚는 시간으로 구성되었다. 4강에서는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이 ‘’얼굴’을 스와이핑하기, 딥페이크 포르노는 어떤 폭력인가’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딥페이크 기술이 여성의 이미지와 권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이 문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에 대한 관계 방식과 사회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테일러 스위프트 사례와 국내 온라인 성착취 실태를 연결하며, 기술중립성이라는 언어가 어떻게 젠더 폭력을 은폐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웠다.
이후 6월 18일 6강에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겸임교수이자 부산국제영화제 ACFM 전문위원인 ㈜수퍼스트링 이병원 대표가 ‘AI 시대, 기술이 만드는 새로운 현실과 증강인지’를 주제로 강의했다. 이병원 대표는 과학 철학자이자 페미니즘 연구자인 캐런 바라드의 ‘행위자 리얼리즘’ 이론을 기반으로, AI와 인간의 관계를 매개하는 새로운 감각 구조와 젠더 편향 문제를 심도 있게 풀어냈다. 그는 “기술은 이미 일상의 주체로 기능하고 있으며, 그 설계 과정에 감수성과 윤리를 어떻게 반영하느냐가 미래의 현실을 좌우한다”고 언급하며, 여성 창작자들의 개입과 서사 구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황혜림 집행위원장은 “씨네페미니즘학교는 동시대의 주요 흐름과 젠더 이슈를 연결하고 이를 성평등의 관점과 언어로 해석하며 사유하는 장”이라며 “앞으로도 이론과 실천, 영화와 현실을 이어주는 플랫폼으로서 시민들과 함께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2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8월 21일(목)부터 8월 27일(수)까지 메가박스 신촌에서 일주일간 개최된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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