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정책, 배드뱅크 및 제4인뱅 설립 등 모니터링 필요"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권이 순이자마진(NIM) 하락에도 불구 올 1분기 7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순이익을 경신하면서 올 상반기 높은 수준의 기업 신용등급을 유지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이자이익 하락,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금융정책 리스크가 부상하고 있어 올 하반기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일 나이스신용평가가 국내 17개 은행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상반기 정기평가에 따르면 은행권은 모두 기존의 신용등급을 유지했다. NIM 축소 및 자산건전성 저하 등에도 불구 실적 저하 폭이 크지 않은 데다, 전반적인 자본적정성도 매우 우수한 까닭이다. 특히 은행권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크게 개선됐는데, 올 1분기 6조 9000억원을 경신했다. 은행권은 지난해 1분기 약 1조 8000억원의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배상금을 일회성 비용으로 산정하면서 5조 3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 은행권이 순이자마진(NIM) 하락에도 불구 올 1분기 7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순이익을 경신하면서 올 상반기 높은 수준의 기업 신용등급을 유지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이자이익 하락,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금융정책 리스크가 부상하고 있어 올 하반기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하지만 이 같은 청신호가 남은 하반기에도 계속될 지는 미지수다. 나신평은 올 하반기 은행권 모니터링 요인으로 △여신 성장 및 이자이익 둔화 가능성 △자본적정성 규제 강화 △정책리스크 등을 꼽았다. 

우선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가 지속될 경우 은행권의 여신 및 이자이익도 정체를 빚을 전망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강화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확정했다.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당초 계획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주택구입 목적의 주담대 최대 6억원 제한 △생애최초 주택구입 목적의 주담대 LTV 70%로 조정 △정책모기지 최대한도 축소 등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본격 시행으로 대출한도가 축소되는 만큼, 이자이익 창출력은 저하될 전망이다. 

또 국정기획위원회는 자본적정성 규제를 검토 중인데, △부문별 경기대응완충자본(SCCyB) △부문별 시스템리스크완충자본(sSyRB)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 상향조정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 이후 스트레스완충자본(SCB)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이 같은 자본적정성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은행들의 부동산대출 여력도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게 나신평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새 금융정책도 은행권으로선 리스크다. 

대표적으로 정부는 올 하반기 부실채권 정리를 위한 구조조정 방안으로 '배드뱅크' 설립을 구상하고 있다. 금융위는 하반기 중 장기 연체채권을 전문적으로 인수·관리하는 기관을 설립해 은행권 보유 부실자산의 매각을 유도할 전망이다. 은행권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의 관련 출자 부담은 약 4000억원으로 예상된다. 

가산금리 산정체계 개편도 업계 수익성에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인데, 나신평은 NIM 축소와 이자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했다.

이 외에도 나신평은 업계 주요 모니터링 요인으로 △저금리 대환대출 활성화 △제4인터넷은행 추진 △중도상환수수료 단계적 감면 등 은행권 관련 정책 공약의 진행상황을 꼽았다.

보고서를 집필한 이예리 나신평 금융SF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규제 강화로 은행권의 여신 성장이 제한되는 가운데 금리인하로 인한 NIM 축소까지 겹치면서 이자이익 창출력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며 "가산금리 개편, 저금리 대환대출 활성화, 제4인터넷은행 추진 등 은행권 관련 정책 공약의 진행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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