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호 감독이 말하는 역대급 캐스팅에 역대급 흥행 성적의 이유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2022년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벨파스트'로 각본상을 받은, 2023년 영화 '오펜하이어'에서 닐스 보어 역을 맡았던 영화감독이자 배우 케네스 브래너. '스파이더맨'과 '듄'의 오스카 아이삭, '킬 빌'의 우마 서먼, '007 시리즈'의 피어스 브로스넌, 그리고 포레스트 휘태커와 벤 킹슬리 등등 이름 만으로도 할리우드의 어제와 오늘을 수놓고 있는 대스타들. 이들이 한데 모인 작품.

차인표 이병헌 진선규 양동근 이하늬 권오중...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한국을 넘어 해외로까지 다양하게 이름을 날리는 대한민국 톱스타들. 이들 또한 한데 모인 작품.

   
▲ 애니메이션 영화 '킹 오브 킹스' /사진=디스테이션 제공

아무리 생각해도 이 할리우드 대스타들과 한국의 톱스타들을 하나의 작품으로 엮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런데 바로 그런 작품, 그것도 한국의 작품이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 '킹 오브 킹스'가 그것이다. 

지난 4월 미국에서 개봉해 순식간에 6000만 달러, 우리 돈 815억 원의 흥행 수익을 거둔 '킹 오브 킹스'가 할리우드 작품이 아닌 한국의 작품이라는 것에 놀란 건 우리 뿐 아니라 할리우드도 마찬가지였다. 디즈니-픽사나 워너브러더스 제작 작품에서도 쉽지 않은 엄청난 할리우드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 조합만으로도 그렇다.

그 한국 영화가 금의환향을 하니 이번에는 한국의 대표 스타들이 그 영화로 모여들어 목소리를 맞춘 것이다. 그렇다면 흥행 성적 또한 할리우드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이 '대단한' 영화를 만든 장성호 감독이 국내 개봉을 앞두고 기자들 앞에 앉았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 하나하나가 탄성을 자아낼 것들로 가득했다.

   
▲ 기자간담회에서 '킹 오브 킹스'의 제작 뒷얘기를 하고 있는 장성호 감독. /사진=연합뉴스

2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성호 감독은 "기술적인 면에서 한국 애니메이션 역대 최고의 퀄리티를 갖췄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미국 관객들이 이 작품이 한국에서 만들어졌다고 상상을 못 하다가 엔딩 크레디트를 보고서 깜짝 놀라더라"고 스스로도 감격스러워 했다.

'킹 오브 킹스'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라는 이야기는 한참 전부터 나왔었다. 영화의 실체가 드러나기 전 당연히 이 영화는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이라고 알려졌다. 그건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킹 오브 킹스'가 미국에서 개봉한 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누르고 미국에서 가장 높은 극장 수익을 올린 한국 영화가 된 후 비로소 '킹 오브 킹스'가 한국에서 만들어진 한국 영화라는 것이 확실해지면서 관심은 더 높아진 것이다.

이날 장성호 감독은 "예수란 인물을 다뤄 특정 종교인만 반응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왔지만, 미국에선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 가족 이야기로 받아들여 (종교가 없는) 일반 관객의 반응도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애니메이션 영화 '킹 오브 킹스' /사진=디스테이션 제공

장 감독은 "연출의 꿈을 오랫동안 품고 있다가 10년 전부터 이 작품을 구상했다"면서 "완성도를 높이려니 막대한 제작비가 필요했고, 이를 감당하기 위해 국내가 아닌 미국을 주요 타깃으로 삼기로 했다. 예수를 다룬 것은 "미국 관객에게 먹힐 만한 소재"를 내세워야 흥행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이 영화가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먼저 개봉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장 감독의 생각은 주효했다. 기독교 신앙에 진심인 미국 사람들에게 예수의 일생을 담은 애니메이션은 큰 관심의 대상이 됐고, 이는 미국 뿐이 아니었다. '킹 오브 킹스'는 영화·드라마 평가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가 실제 관람객의 평가를 토대로 산정하는 팝콘 지수에서 97%를 기록하는 등 호평받았고, 올해 안에 이미 90개국에서 개봉을 확정지었으며, 이외에도 120여 개국에서 개봉을 논의 중이다.

장 감독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 '우리 주님의 생애'(he Life of Our Lord)를 읽고 영감을 받아 시나리오를 썼다. 찰스 디킨스가 아서 왕을 동경하는 개구쟁이 막내아들 월터에게 예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장 감독은 "천하의 디즈니도 원작이 있는 작품을 시장에 내놓는다. 오리지널 작품으로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으로 900만 달러를 벌어들인 게 전부였고. 이런 모습을 보면서 미국인에게 친숙한 소재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고 이 영화가 찰스 디킨스의 소설에 기반을 둔 배경도 설명했다.

   
▲ 애니메이션 영화 '킹 오브 킹스' /사진=디스테이션 제공

기라성 같은 캐스팅에 대해서도 장 감독은 "할리우드에서도 '이런 캐스팅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내가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로 캐스팅 운이 좋은 것 같다"며 웃기도 했다. 

할리우드에서의 캐스팅 운은 한국으로도 고스란히 옮겨왔다. 차인표 이병헌 등 톱스타들이 캐스팅 된 것은 이 영화가 미국에서 흥행 성공을 거두기 이전이라고 한다. 장 감독은 "이들 대부분이 제안하자마자 수락했다"고 말했다.

한국 배우들은 '킹 오브 킹스'가 미국에서 대박을 터뜨리기 전부터 참여를 확정했다고 한다.

장 감독은 "이병헌 씨는 종교가 없는 분인데 이 작품 이후 예수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고 하더라"라며 "(연기 면에서는) 얼마나 대단한지 언급할 이유가 없을 정도로 대단한 배우였다"고 회상했다.

"'사랑'이라는 한 가지 주제에 집중했습니다. 예수가 세상에 온 본질적인 이유도 사랑이잖아요. 그와 함께 찰스 디킨스와 아들이 관계를 회복하는 모습도 보여주려 했어요. 사랑과 관계의 회복을 다룬 이야기라 크게 거부감 없이 관람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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