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8월 1일부터 한국산 제품에 25% 관세
유예기간 연장에 협상 여지…산업계 우려는 지속
국내 기업들은 미국에 꾸준히 투자하면서 경제 기여
정부에서 적극적 통상 대응해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유예 기간을 8월 1일로 연장했다는 점에서 협상 여지는 남아있으나 국내 산업계에서는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수 있어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산업계 내부에서는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 기업들은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할 만큼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정부가 이 점을 협상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해 실질적인 성과를 얻어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제공


◆트럼프 관세 유예기간 연장에도 불안감

8일 재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일부터 한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서한을 보냈다. 기존에 관세를 받고 있던 자동차, 철강 등에는 25%의 관세는 추가로 부과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9일부터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었으나 유예 기간을 연장하면서 협상에 나서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는 25% 관세에 대해 최악은 피했다는 평가다. 일본은 지난 4월 발표 때보다 관세가 1%포인트 높아진 반면 한국은 25%로 같고, 오히려 유예 기간이 연장되면서 협상의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세 리스크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를 사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부터 25%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는 자동차와 지난 3월 25%, 지난 5월부터 50%의 관세가 적용되는 철강은 대미 수출이 감소했다. 

자동차의 경우 상반기 대미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8% 감소했으며, 철강도 11.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동차와 철강처럼 다른 제품들도 관세를 받기 시작하면 대미 수출이 줄어들면서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관세 부과는 곧바로 매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도 글로벌 수요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시달리고 있는데 미국의 관세까지 적용되면 기업들의 어려움은 더 커질 것”이라며 “수출 지역 다변화 등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지만 근본적인 대응책은 아니라는 점에서 산업계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월 24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21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AP)


◆기업들은 투자로 응답…“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산업계에서는 정부가 통상 협상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온 만큼 마땅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3월 2028년까지 미국에 총 210억 달러(약 28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미국 내 자동차 생산능력을 120만 대로 확대하고, 미래산업과 에너지 부문에도 투자를 통해 현지 사업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현대제철의 투자도 포함됐다. 연산 270만 톤 규모의 전기로를 건설해 저탄소 자동차 강판 생산해 현대자동차 현지 공장에 직접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반도체 역시 투자가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170억 달러(약 23조 원)를 투자해 신규 공장을 짓기로 했으며, 지난해에는 투자 규모를 440억 달러(약 60조 원) 규모로 확대하면서 미국 내 생산 역량 강화와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SK하이닉스도 미국에 공장을 짓기로 하고 38억7000만 달러(약 5조2000억 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도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국 내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면서 현지 전기차 산업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은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일자리 창출 등 현지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지만 통상 압력은 오히려 거세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트럼프 2기 들어서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와 철강 모두 예외 없이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되며 불이익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산업계는 정부가 이같은 국내 기업들의 미국 내 기여와 노력을 통상 협상에 적극 반영해 성과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단순한 대응 수준을 넘어 전략적 통상 외교가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상호관세를 낮추는 것을 포함해 자동차, 철강 등 품목별 관세에서도 무관세 쿼터를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은 미국 내에서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이미 할 만큼 한 상황”이라며 “다양한 협상 카드가 있겠지만 국내 기업들의 노력과 기여에 대해서도 충분한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협상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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