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만7000여 명 이동' SKT 이탈 러시… 실적 악화 불가피 전망
업계, '안전한 통신 서비스 제공' 기준 모호 지적… "후속 입법 필요"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SK텔레콤(SKT)이 해킹 사고 이후 계약을 해지하는 가입자에 대한 위약금을 면제하기로 하면서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정부의 'SKT 위약금 면제' 판단이 언제든 자신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 서울의 한 통신사 매장에 붙은 관련 안내문./사진=연합뉴스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T가 가입자 해지 위약금을 면제하기로 한 가운데 전날 하루 동안 SKT 가입자 1만7000여 명이 KT나 LG유플러스 등 다른 통신사로 이탈했다. 이는 SKT 해킹 사고 발생 이후 하루 이탈자가 가장 많았던 지난 5월 3일 2만2400명을 기록한 이후 최대 규모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SKT 해킹 사고에 대한 민관합동조사 결과를 최종 발표하면서 위약금 면제 요건인 사측 귀책사유가 인정된다고 하자 SKT는 전격 위약금 면제를 결정했다.

과기정통부는 SKT에 △계정 정보 관리 부실 △과거 침해사고 대응 미흡 △중요 정보 암호화 조치 미흡 같은 문제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SKT가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보통신망법 위반'과 관련해 "안전한 통신서비스 제공을 위한 유심정보 보호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사업자의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관련 법령이 정한 기준을 미준수했으므로 SKT의 과실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KT가 정부 방침에 반대되는 입장을 표명할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상 시정명령을 요구하고, 진행이 안 되면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취소 등 행정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SKT 위반 사항에 대해 전기통신사업법 20조(등록취소) 상 영업 정지 3개월 등 행정조치를 취할 수 있다.

통신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보보호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언제든 누구나 사이버 공격의 표적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번 SKT의 '위약금 면제' 선례는 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이버 공격이 나날이 치밀해지는 만큼 당연히 각종 사고에 대한 철저한 대비는 필수"라면서도 "다음 표적이 우리는 아닐 것이란 보장은 없지 않나. 그런 차원에서 이번 SKT의 위약금 면제 선례는 타통신사들에게도 굉장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향후 예상치 못한 크고 작은 해킹 사고 발생 시에도 '위약금 면제'라는 초강력 수준의 보상을 요구받을 수 있단 점에서 상당한 압박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해당 관계자는 "'안전한 통신 서비스 제공'이라는 기준이 굉장히 모호하다"며 "'통신업계의 발전'에 방점을 둔 후속 입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같은 업계 내 우려와 관련해 과기정통부는 '해킹 사고가 발생한다고 해서 무조건 위약금 면제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위약금 면제 판단은 SKT 경우에 해당되는 결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업계 내에서는 과기정통부의 이 같은 판단과 관련해 다소 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과거 KT와 LG유플러스 역시 해킹이라는 유사 사례가 있었지만 위약금 면제 같은 결정은 없었다. 이번 SKT의 경우 업계 1위라는 위상 때문에 위약금 면제라는 상대적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니냐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과기정통부의 주관적 판단으로 정해지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다.

한편 SKT는 유심 교체와 위약금 면제를 비롯해 대리점 및 고객 보상안 등의 악재를 감당해야 하는 만큼 하반기 실적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SKT의 연간 영업이익이 5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특히) 3분기 SKT 연결 영업이익은 940억 원으로 급감이 예상된다"며 "이번 보상책 중 가장 영향이 큰 '전 고객 대상 요금 50% 감면'이 8월 한 달 간 예정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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