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부과할 관세율 결정에 3주간 유예를 발표한 직후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한국은 부유한 나라인데 미국에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너무 적게 지불하고 있다”며 "한국은 자국의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로 전날 25% 관세율을 통보 받고 유예기간을 기회 삼아 상호 호혜적인 협상에 박차를 가하려던 정부가 고차방정식의 난제를 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 등 14개국에 대해 25~40% 관세율을 적시한 서한을 보냈다고 발표하며, 8월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우리나라엔 일본과 같은 25% 관세율을 결정했다.
7월 말까지 ‘관세 전쟁’을 치러야 하는 한국 정부에 주한미군과 관련한 방위비를 내세워 압박한 것은 결국 이번 협상의 마지막 관건은 안보 이슈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집권 1기인 2019년 11차 한미 방위비 분담협정(SMA) 협상을 거론하며 “나는 한국에 1년에 100억 달러(약 13조 7000억원)을 내야 한다고 말했고, 그들(한국)은 난리가 났지만, 30억 달러 인상에 동의했다”며 “나는 전화 한통으로 30억 달러를 벌었고, 만족했다”고 했다.
이어 “나는 그러나 그 다음해(2020년)에 다시 협상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2020년 미 대선) 부정선거가 있었고, 우리는 다시 협상하지 못했다. 아마 그들은 바이든에게 ‘트럼프가 끔찍하게 대했다’고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걸 깎아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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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시간으로 8일 새벽 1시부터 무역 상대국들에 소위 '상호관세'의 세율이 적힌 서한을 순차적으로 보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통상 상대국들에 대미 수출품의 관세율이 적힌 서한을 보내거나 협상 타결을 보는 것으로 오는 9일까지 무역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바 있다. 사진은 7일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는 모습. 2025.7.7./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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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콕 집어 자신이 원하는 모범적인 협상 사례로 삼기 위해 통상과 안보 문제를 한 테이블에 올리는 ‘원스톱 쇼핑’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조선, 반도체 협력 등을 우선순위로 꼽았는데, 안보 이슈까지 포함되면서 훨씬 복잡한 국면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오는 8월 1일까지 상호관세 부과를 유예하고서 막바지 통상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앞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달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회담한 것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도 만났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한미 간 상호 호혜적인 협력 방안 도출에 있어서 조선 협력이 관건인 만큼 긴밀히 조율해나가기로 했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런데 나토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및 아시아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의 국방비 지출을 요구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비 인상 요구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발언과 맥을 같이 한다. 동시에 바이든 정부 말 한미 간 체결한 제12차 SMA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도 내포된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2026~2030년 적용되는 12차 SMA의 골자는 2026년도 방위비 분담금 총액을 1조 5192억원(2025년 총액인 1조 4028억원에 비해 8.3% 증액)으로 하되, 연 인상율을 국방비 증가율 대신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적용하기로 합의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을 국방비 및 방위비 분담금과 연계하려는 압박 전략을 펼치자 정부로선 주력산업인 자동차·철강 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주한미군의 성격 및 역할 조정까지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하는 부담까지 가중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조선 협력 등을 계기로 상호 호혜적 협상 전략을 구상하려던 우리 정부는 복잡한 셈법의 해법을 다시 찾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12차 SMA를 뒤집고 본격 재협상을 주장하고 나설 가능성도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현재 2만8000명 정도인 주한미군 규모를 4만5000명이라고 잘못 언급했는데, 의도적인 과장인지 착오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의도가 담긴 발언이라면 앞으로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 나온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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