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복숭아 핵심집단 구축·분자표지 개발…시간·노력 절반으로
모양·털 유무 판별 쉬워져…“2년 내 국산 납작복숭아 나올 것”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국내 복숭아 육종 효율을 높이는 디지털 육종 기술이 본격 도입될 전망이다. 

디지털 육종은 사람이 직접 길러보고 관찰하며 선발하는 전통 육종과 달리 생명공학에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한 데이터 기반 육종 방법이다. 

   
▲ 우수 품종 후보인 달콤한 천도 품종의 ‘옐로드림’./사진=미디어펜


현재 국내에 등록된 복숭아 품종 수는 202점으로, 97점인 사과, 배 58점 보다도 2.1배, 3.5배나 많다. 전 세계적으로는 지역별 기후와 소비자 기호에 따라 약 6000점 이상의 복숭아 유전자원들이 보존되고 있다.

다양한 품종에 대한 요구가 높은 반면, 복숭아 한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통상 나무 1만여 그루를 심고 돌보는 노력과 자원, 15년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린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복숭아 모양과 털 유무 가르는 분자 표지 개발하고 목표로 하는 형질에 활용해 육종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 효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품종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복숭아 패턴은 원형보다는 납작한 도넛형태(일명 납작복숭아)의 반도형을, 털이 있는 것보다는 털이 없는 천도 복숭아 형태, 새콤한 신맛보다는 당도가 높은 달콤한 맛을 찾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김명수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8일 세종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디지털 육종 기술은 우리나라 복숭아 품종 개발 체계를 효과적으로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기술 개발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선택 폭이 한층 넓어지고 시장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진청은 1976년 국내 1호 복숭아 ‘유명’을 시작으로, 1993년 첫 천도 ‘천홍’을 개발하는 등 국내 복숭아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품종을 육성해 왔다. 최근에는 시지 않고 달콤한 천도 ‘옐로드림’, ‘설홍’, ‘이노센스’ 등 혁신적 품종을 개발, 활발히 보급 중이다.

이번 디지털 육종 기술 개발은 연구진이 자체 보존 중인 복숭아 유전자원 445점의 유전체를 해독하고 94만4670개의 유전자를 확보, 과일특성 평가 정보를 더해 대표 복숭아 핵심집단 150점을 선발·활용하는 방법으로 효율을 높인다는 방안이다.

또한 연구진은 유전체 해독 과정에서 열매 모양(원형·반도형)을 구분하는 표지와 털 유무를 구분하는 표지 등 총 2개의 분자 표지(변이 구분 도구)를 개발했다.

   
▲ 반도형(납작) 복숭아./사진=농진청

   
▲ 납작복숭아 육종에 드는 노력과 시간 등 비교 예./자료=농진청


예를 들어, 기존에는 나무 1000그루를 심고 3∼4년 뒤 열매가 달리고 나서야 납작한 개체를 고를 수 있었다면, 개발한 분자 표지를 적용하면 납작 복숭아가 나올 나무를 어릴 때 골라 500그루만 심으면 된다. 즉, 육종에 필요한 부대 비용과 노동력 투입 시간을 2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농진청은 그간 모양 판별 분자 표지의 특허출원을 완료했으며, 털 관련 분자 표지 출원을 준비 중이다. 앞으로는 소비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맛과 이상기후에 대비한 열매 익는 시기 관련 분자 표지도 개발할 계획이다. 

결국 이 같은 디지털 육종 기술로 보다 손쉽게 원하는 품종의 복숭아를 개발해 소비트렌드에 맞게 품종 개량을 통해 시장성을 넓혀가겠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2~3년 안에 소비자가 선호하는 국내 품종의 털없이 달콤한 납작복숭아를 맛볼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