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한미 관세 협상, 동맹의 최종 상태 염두에 두고 합의해야” 강조
‘안보 카드’로 한미 정상회담 촉구하며 포괄적 프레임 전략 구사한 듯
주한미군 감축·역할 재조정 주장 잇따라…핵연료재처리·핵잠수함 맞불?
“예측 불가능하고 변수 많은 美 대응해 플랜B 가동, 시간 벌기 나선 것”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와 관련해 한미 간 협상 국면에서 한미 정상회담 등을 협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하고 귀국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우리 측에서 ‘통상’과 ‘안보’ 등을 망라해 패키지 협의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공감을 표했다고 위 실장이 전했는데, ‘패키지 딜’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해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당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통화한 뒤 SNS에 한국과 협상을 “원스톱 쇼핑”이라고 표현하며 “통상·경제·안보 현안이 광범위하게 논의됐다”고 밝혔다.

당초 패키지 딜은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하는 난제로 우리에게 불리한 것으로 인식돼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에 이런 제안을 했고, 여기에 ‘동맹의 현대화’ 전략이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위 실장은 귀국 당일인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낸 관세 서한은 관세·비관세 장벽을 중심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가 그동안 제기한 사안들은 통상이나 투자, 구매, 안보 관련 전반에 걸쳐 망라돼 있다”면서 “이러한 패키지를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앞으로 협의를 진전시키자 했고, 루비오 보좌관도 공감을 표했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이어 “조속한 시일 내 한미 정상회담을 해서 제반 현안에서 상호 호혜적인 합의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촉진해보자고 했다”며 “이에 대해서도 루비오 보좌관이 공감을 표했다. 한미 양국 안보실장은 앞으로 수시로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방미 중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마코 루비오(Marco Rubio)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한미 안보실장협의를 갖고 있다. 2025.7.8./사진=대통령실 제공

위 실장은 “지금 협상이 여러 갈래로 있다. 관세에 관한 협의도 있고, 안보에 관한 협의도 있다. 그것들은 정상회담에서 모아질 걸로 예상되지만 또 정상회담이 있냐 없냐가 관건은 아니다”면서 “협상은 협상대로 진행하고, 그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저희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여러 채널의 협의를 잘 마무리 지어서 정상회담으로 가져간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 실장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한미 간 관세 협상과 관련해선 당장 눈앞의 실익을 좇는 트럼프 행정부에 한미동맹의 '엔드 스테이트'(최종 상태)까지 보는 긴 안목으로 합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또 국방비 인상을 포함한 ‘안보 카드’로 한미 정상회담 추진을 촉구하면서, 앞으로 한미 간 협상 테이블에 다양한 의제를 한꺼번에 올려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국방비 인상과 관련해 위 실장은 이번 브리핑에서 “국제적인 흐름에 따라서 조금 늘려가는 쪽으로 협의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지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국내총생산(GDP)의 5% 증액 주장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미국과 국방비 인상을 협의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전시작전권 환수나 핵연료 재처리 권한 요구를 협상 카드로 제시했을 가능성도 높다. 위 실장은 브리핑에서 ‘전작권 환수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 문제는 계속되는 현안이다. 지금 정부 공약에도 들어있다. 추진을 한다.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작되면서 국방비 증액이나 이미 타결된 12차 한미 방위비분담협정(SMA) 재협상 우려가 이미 제기된 바 있다. 또 이를 피할 수 없다면 우리도 핵연료 재처리 기술 이전, 핵잠수함 개발과 전작권 전환 요구를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주한미군과 관련해서도 미국 내 일각에서 인원 감축 및 역할 재조정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수입차 25% 관세 여파로 지난달 국내 자동차 총생산 규모가 감소했다. 현대차·기아의 지난 5월 대미 수출 물량은 총 7만7천892대로 작년 동월(9만9천172대)보다 21.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24일 경기도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 출고 대기 중인 차량이 주차돼 있다. 2025.6.24./사진=연합뉴스

사실 예측 불가능하고 변수가 많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국 정부가 국익을 챙길 수 있는 외교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이번 관세 협상에서 제시된 ‘동맹의 현대화’와 연관이 있다. 한미는 이미 지난 5월 한미 외교장관통화에서 “한미동맹의 현대화를 추진한다”고 뜻을 모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한미동맹이 변화하는 경제·안보환경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과 안보 문제를 분리할 수 없는 현실에서 우리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수용하는 플랜B를 기동한 것이며, 큰 틀을 정해 ‘시간 벌기’에 나선 것이란 전문가 분석도 나왔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미중 정책연구소장)는 “트럼프 대통령 스타일을 볼 때 미국이 한 가지로 우리를 압박하지 못하게 포괄적 프레임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며 “이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위협하는 것을 막고, 국내에서 야기될 수 있는 비판도 피해갈 수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최근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주변 국가와 협력을 강화하겠다. 외교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지역적, 전략적 안정성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서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김 총리는 북한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을 모두 겨냥해 이재명 정부의 외교전략을 밝혔다. 미국을 인정하면서 새로운 변화도 거부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다만 핵억지를 강조하면서 무력을 통한 현상 변경도 반대한다는 의미로 중요한 대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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