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정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으로 인해 과점 우려가 제기된 국제노선 운수권을 LCC(저비용항공사)에 재배분할 예정이다. 업계는 대규모 노선 재편으로 국내 LCC 판도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사 간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항공안전 기준을 강화하면서 기존 유력 후보였던 제주항공이 평가에서 불리해지고, 이스타항공이 최대 수혜자로 부상하고 있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으로 두 항공사의 점유율이 50%를 초과하는 노선을 대상으로 운수권을 회수하고, 이를 LCC에 재배분할 방침이다. 대상은 양사가 운항 중인 국제선 65개, 국내선 22개 노선 중 일부로관광 및 비즈니스 수요가 높은 중국(장자제·시안·베이징·상하이), 일본(나고야·오사카·삿포로), 인도네시아(자카르타), 태국(푸껫)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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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타항공 항공기./사진=이스타항공 제공 |
◆ 사망사고 항공사, 1년간 '신규 운수권' 배분 중단
운수권과 슬롯은 단순한 항공편 운항 권한을 넘어 항공사의 성장 전략과 직결되는 핵심 자산이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중국·일본·동남아 주요 도시는 이른바 '황금노선'으로 분류돼 항공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
당초 업계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유력 수혜자로 거론됐지만, 지난해 5월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항공기 사고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국토부는 항공안전 강화를 골자로 한 새로운 평가 기준을 도입했고, 이 중 '사망사고 발생 시 1년간 운수권 배분 제외' 규정이 처음 적용된다.
운수권 배분 기준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항목은 '안전성'이다. 국토부는 전체 평가 중 안전성 항목에 35점을 배정했으며, 최근 3년간 사고 이력과 사망자 수를 정량 반영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최근 항공교통서비스 평가에서 F등급을 받아 최하위에 머물렀고, 이번 배분에서도 불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 이스타항공, 정비 인력 채용 드라이브…운수권 정조준
반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이스타항공은 운수권 확보를 위한 '전열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정비사 채용에 나서며 신입은 오는 13일까지, 경력직은 상시 모집 중이다.
이번 채용은 단순한 인력 보강을 넘어 국토부의 배분 기준에 맞춘 전략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국토부는 안전성뿐 아니라 정비·조종 인력 확보에 가점을 부여하고 있어 이스타항공은 조직 역량 강화를 통해 평가 점수 확보에 나선 모양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하반기 예정된 항공기 도입과 노선 확장에 대비한 인력 충원"이라며 "정비사는 안전 운항의 핵심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안전성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스타는 최근 항공교통서비스 평가에서도 B+ 등급을 받으며 경쟁사 대비 양호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무안 참사 원인 변수… LCC 구조 재편 '분수령'
현재 LCC 업계는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의 통합 작업, 대명소노그룹의 티웨이항공 인수 등으로 대규모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황금노선 운수권 배분은 단순한 노선 확보를 넘어 항공사의 외형 성장과 생존 전략을 좌우할 절대적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은 정비 역량 확보와 안전성 평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어 최대 수혜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반면 제주항공은 사고에 대한 원인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간 내 평가 반등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토부는 당초 상반기 중 운수권 배분을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평가 기준 개정과 심사 작업이 이어지며 일정이 하반기로 연기된 상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번 운수권 재배분은 코로나19 이후 항공사 간 경쟁 구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황금노선 확보 여부가 향후 LCC 시장 판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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