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명실상부 후계 1순위 자리를 굳히며 그룹 내 2인자로 자리 잡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화 보유 지분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하면서, 김동관 부회장은 가장 많은 4.86% 받았다. 김 부회장은 총 9.77%의 지분을 확보했고, 한화에너지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분 11.08%까지 총 20.85%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그룹의 핵심 사업인 방산·석유화학·에너지 등을 맡고 있어 경영권 승계 구도가 굳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글로벌 방산 수출을 확대하고 있으며, 한화오션 인수를 통해 조선·방산 시너지를 꾀하고 있다. 또 태양광 등 에너지 부문에도 선제적으로 투자를 늘리며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각 사업별로 김동관 부회장이 미친 영향력을 살펴보고, ‘포스트 김승연’ 시대를 이끌 후계자로서의 리더십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한화솔루션이 태양광 사업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석유화학(케미칼) 부문에서는 수요 부진에 시달리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화솔루션 전략 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동관 부회장은 태양광에서의 꾸준한 성과와 석유화학 부문에서 스페셜티를 통해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체질을 전환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김동관 부회장이 그룹 내 맡고 있는 중후장대 기업 중 한화솔루션은 현재 태양광 산업의 성장 둔화와 석유화학 분야의 수요 침체로 유일한 근심으로 꼽힌다. 다만 한화솔루션은 과거 태양광 산업의 성장을 기반으로 김동관 부회장이 첫 사장으로 승진한 그룹 내 계열사로, 김 부회장의 근본이자 시작을 알린 기업인 만큼 반등을 위한 노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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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한화솔루션 카터스빌 공장 전경./사진=한화솔루션 제공 |
◆잘나가는 태양광… 반등 성공, 향후 ‘승승장구’ 기대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올해 1분기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1362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1분기 1853억 원 적자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올해 2분기에도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1600억 원을 웃도는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돼 실적 호조세가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호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 내 생산 확대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 덕분이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태양광 생산단지인 ‘솔라허브’를 구축 중인데 지난해 모듈 공장은 생산에 들어가면서 생산능력을 확대했다.
또 세액공제 혜택이 1분기에는 1839억 원을 기록했으며, 2분기에도 이를 넘어서는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트럼프 정부 이후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다소 꺾였고, 보조금이 줄어든 것은 다소 우려할 점으로 꼽힌다. 다만 전기차와 달리 세제혜택 등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면이 많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그동안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왔다. 중국이 저가로 태양광 제품을 공급하면서 글로벌 가격 경쟁이 심화됐고, 이는 한화솔루션의 수익성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한화솔루션도 중국의 공급과잉이 나타난 2018년 적자에 시달렸고, 원자재 부담이 컸던 2021년에도 적자를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이 출범한 2020년부터 회사를 이끌면서 묵묵히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노력해왔다. LG전자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인해 2022년 태양광 패널 사업에서 철수했지만 김 부회장은 오히려 투자를 늘리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실제로 김 부회장은 미국 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3조2000억 원을 투입해 잉곳·웨이퍼·셀·모듈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으며,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모듈 공장도 생산능력을 더욱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투자 당시만 하더라도 시장 안팎에서는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있었지만 현재는 김 부회장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에서는 중국산 태양광을 배척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현지 생산 확대 전력이 정책적인 수혜를 입는 동시에 미국 내 시장점유율 확대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김 부회장의 선제적인 투자 전략은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을 몸소 보여준 사례”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밀어붙인 뚝심경영은 업계 안팎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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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사진=한화그룹 제공 |
◆케미칼 부문 부진 장기화…스페셜티 전환 과제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는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지만 케미칼 부문에서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케미칼 부문은 2022년까지만 하더라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렸지만 2023년부터 영업이익이 급감하더니 지난해는 121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1분기 912억 원 적자를 봤으며, 2분기 역시 적자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같은 적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와 함께 중국이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자급률을 높이면서 나타난 결과다.
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의 중장기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만큼 케미칼 부문에서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체질 개선과 기술 혁신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고부가 스페셜티로의 전환에 서두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케이블 절연용으로 쓰이는 가교폴리에틸렌(XLPE)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데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XLPE는 폴리에틸렌(PE)에 첨가제를 넣어 절연·내열 성능을 높인 스페셜티 제품으로 꼽힌다. 특히 AI(인공지능) 전환이 빨라지면서 전력망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발맞춰 한화솔루션은 400㎸급 케이블용 XLPE를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여수공장 증설을 통해 생산량도 늘렸다.
한화솔루션은 앞으로도 김 부회장의 리더십 아래 단순 범용제품이 아닌 스페셜티 제품으로의 전환에 나서면서 케미칼 부문의 위기 극복과 함께 지속가능한 수익 구조를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시장이 돼버렸다”며 “한화솔루션은 김 부회장의 직접 스페셜티 전환을 시도하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한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비판 목소리도… “시장 소통 적극 나서야”
김 부회장이 그룹의 주요 핵심 사업을 잘 이끌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배구조 개선과 소액주주 권익 보호 등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유상증자 때에도 소액주주들의 원성을 샀는데 이번에 한화1우선주의 상장폐지를 놓고도 투명성과 소통 부족이 도마에 올랐다.
한화 측에서는 지난해 7월 상장폐지를 추진한다고 밝혔고, 유통량과 거래량이 낮아 주가 급등락과 시세조종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상장폐지가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탄원서까지 대통령실에 제출하면서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부회장이 상장폐지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한화1우선주 상장폐지는 그룹의 지배구조 변화가 맞물려 있고, 그룹의 명실상부한 2인자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책임 있는 리더십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김 부회장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것도 그룹의 핵심에 올랐다는 방증”이라며 “책임 있는 위치에 오른 만큼 향후에는 시장과의 소통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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