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배소현 기자]게임업계 최초로 대규모 파업을 벌이고 있는 넥슨 산하 네오플 노동조합과 사측이 성과급 제도 등을 둘러싸고 평행선을 달리며 노사갈등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 같은 대립 현상은 결국 게입 산업이 정체기라는 것의 방증이라며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하면서 그 미래를 구성원과 함께 공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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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네오플분회가 11일 경기 성남시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서 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12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네오플분회(노조)는 전날 경기 성남시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서 '공정한 성과 보상과 고강도 노동 해결을 위한 성실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앞서 네오플 노조는 지난달 25일부터 제주 본사와 서울지사에서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오는 8월 8일까지 파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장기 투쟁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네오플이 넥슨 그룹 대표 IP(지식재산권)인 '던전앤파이터' 개발·서비스를 맡고 있는 만큼 사측의 3분기 운영 부담은 커진 상황이다.
이번 갈등의 핵심 요인은 성과급 제도에 대한 양측의 근본적 시각차다.
노조는 사측에 인센티브제인 'GI(신규 개발 성과급)' 개선과 PS(초과이익분배금) 4% 지급을 요구한다. 노조가 요구한 PS 규모는 2024년 영업이익 9842억 원의 4%로, 약 393억 원에 달한다.
사측은 PS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네오플 측은 "넥슨컴퍼니는 이미 GI 등 다양한 성과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PS 제도화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어떤 안건도 합의할 수 없다는 조합의 입장 앞에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중국 출시 1차 GI 지급 이전에도 한국 출시 GI를 포함해 개발 조직에 약 300억 원 규모의 성과급이 지급됐다"고 설명했다.
사측은 임금 수준에 대해서도 "지난 4년간 네오플 구성원의 1인당 평균 임금은 각각 1억540만 원, 1억2660만 원, 1억2196만 원, 2억1963만 원으로 동종 업계에서 상위권에 속한다"고 밝혔다. 또 "올해 협상이 완료된 주요 개발 법인들의 평균 계약 연봉은 7000만 원 중반대"라고 언급했다.
근로 환경을 둘러싼 입장차 역시 팽팽하다. 조정우 네오플 노조 분회장은 "조직에 따라 새벽 3~5시 출근하는 곳이 있고, 하루 1시간 야근이 아니라 정해진 날 거의 밤샘 작업하는 게 습관화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네오플 전체 구성원의 일 평균 초과근로 시간은 44분"이라며 "월 평균 초과근로 시간이 10시간 미만인 구성원이 전체의 과반 이상이고 30시간 미만인 구성원이 전체의 80%"라고 반박했다.
◆ "'파이 키우겠다' 공통 인식 필요… '대박 게임'이 해법"
이번 파업은 업계 1위 게임사 그룹인 넥슨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이에 업계에선 네오플 쟁의 결과가 게임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 같은 노사갈등 현상이 그만큼 게임 산업이 정체기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노사갈등이라는 게 결국 게임 산업이 정체기일 때 나타나는 대립 현상이다"라며 "성장기에는 나눌 수 있는 파이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게임 산업은 개발비 증가와 흥행작 부재 등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긴 침체기가 이어지고 있다. 또 증권사 실적 전망 등에 따르면 게임업계 2분기 실적도 다소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넥슨은 2분기 영업이익이 최대 50% 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자체 예측하고 있다.
이어 위 회장은 "과거와 달리 게임사들의 기업 규모는 커졌는데, 전체적인 산업 성장률은 떨어진 상황에서 결국은 개발자들이 (과거만큼 성과급 등에 대해) 만족할 수는 없는 환경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런 노사 갈등은 이미 여러 게임 회사에서 지금 사실 다 잠재돼있다"고 덧붙였다.
위 교수는 특히 최근 개발자들 사이에서 '장기적인 보상' 보다도 '즉각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는 문제를 꼬집었다.
위 교수는 "최근들어 개발자들은 '현재 대가'를 어떻게, 얼마를 줄 것인가에 집중돼있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이에 반해 경영진의 경우 미래 게임 산업 경쟁이 계속 격화되고, 특히 중국 게임의 영향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하면서 미래를 공유하자'는 식의 메시지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발자는 '그건 좋은데 현재는 어떻게 할거냐'는 입장"이라며 "이게 정확한 지금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이 같은 노사갈등은 결국 글로벌 흥행작, 이른바 '대박 게임'을 만들어 내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위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갈등을 조율할 수 있는 방법은 너무나 근본적인 이야기지만 '대박 게임'을 만들어서 글로벌하게 흥행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양측이 '파이를 키우겠다'는 공통된 인식이 필요하다"며 "(개발자들 사이에서) 장기적인 것보다도 즉각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흐름이 계속해서 강해진다면 사측 입장에서는 미래 게임에 대한 개발 자금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사측은) 이러한 밸런스를 잡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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