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민서 기자] 전 세계를 사로잡은 K-콘텐츠 대표작 '오징어 게임'이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2021년 시즌1 공개부터 신드롬을 일으킨 이 작품, 그 중심엔 배우 이정재가 있었다. 4년의 여정 끝에 월드스타로 우뚝 선 그는 "결국 사람을 얻었다"고 말했다. 

   
▲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배우 이정재. /사진=넷플릭스 제공


▲ 넷플릭스 기록 깬 '오징어 게임3'…93개국 1위 석권

'오징어 게임'은 지난 달 시즌3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마지막 시즌은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비영어권 TV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전 세계 93개국 1위를 기록, 공개 첫 주에 모든 국가에서 1위를 기록한 넷플릭스 첫 작품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어 공개 2주 차에도 93개국 1위를 석권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정재는 "파이널(마지막) 시즌이라고 하니까 정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 것 같다. 봐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떻게 보면 넷플릭스에서도 최고 기록이잖아요. '오징어 게임'이 4년간 쓴 기록을 넷플릭스조차도 깨지 못했어요.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정말 많이 만드는데, 그 중에서도 한국 콘텐츠가 이런 기록을 만들었다는 게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요. 그러면서 전 세계에서 한국 콘텐츠에 더 관심을 갖고, 또 다른 K-콘텐츠를 찾아보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가장 기분 좋아요. 저희는 앞으로도 계속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오징어 게임'의 마지막 시즌 공개를 앞두고 전 세계 시청자들의 기대도, 열기도 뜨거웠다. 넷플릭스는 이에 힘입어 전 세계 각지에서 프로모션을 열고 '오징어 게임'의 피날레를 기념했다. 한국에서는 서울 광화문에서 역대급 규모의 퍼레이드가 개최됐다. '오징어 게임'의 상징적 캐릭터인 '영희'를 시작으로 '핑크가드' 등이 대거 참여했고 출연 배우들과 감독, 시청자들이 함께 모여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이정재는 "팬 분들의 반응이 가장 인상 깊었다. '오징어 게임'을 정말 좋아하셨구나' 싶었다. 코스튬을 입고 행사장에 오시는 것처럼 한국에 없는 팬덤 문화를 알게 됐다. 콘텐츠를 그 자체로 즐기는 분들이 많다고 느꼈다"면서 "넷플릭스에도 놀랐다. 행사를 이렇게 크게 할 수 있나 싶었다. 규모도 크고 세심했다. 넷플릭스 자체 콘텐츠를 띄우기 위한 것이지만, 한국 콘텐츠를 알리는 데 비용을 그렇게 쓴다는 것이 고맙기도 했다"고 말했다. 

   
▲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배우 이정재. /사진=넷플릭스 제공


▲ 이정재가 그린 '인간' 성기훈…호불호 결말은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정재는 시즌 전체를 이끄는 인물, 성기훈으로 분했다. 성기훈은 시즌1의 최종 우승자로 게임장을 빠져나가지만, 게임을 만든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다시 게임에 참가한다. 이정재는 "성기훈의 마지막 선택과 행동이 저 스스로도 너무 궁금했다. 대본을 받고 '끝에서부터 볼까?'하는 충동이 들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지질하고 나약했던 성기훈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의문을 품고 점차 성장한다. 절친의 죽음을 목도하고, 끊임 없이 유혹에 흔들리던 성기훈의 변화는 끊임없이 펼쳐지는 잔혹한 게임과 대비돼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이정재는 "(성)기훈의 혁명은 결국 실패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끝까지 시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시즌3에선 기훈이 친한 친구를 자신의 반란으로 잃고 내면 깊이 들어가는 모습이 묘사돼요. 기훈이 자신의 실수를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인간의 습성을 행할 때는 가슴이 아팠고요. 그런 사람이 아님에도 극한 상황에 몰려 그릇된 행동을 하고, 유혹에 빠져요. 하지만 여러 계기를 통해 이겨내고 마지막에 아이를 구하는 선택까지, 그 여정이 이어진 거예요. 감정의 서사가 두텁고 세밀해요. 우리 모두에게 있는 인간적인 면을 기훈을 통해 봤어요."

기훈은 시즌3 마지막, 눈 앞에 둔 최종 우승자의 타이틀을 또다른 참가자 준희(조유리 분)의 아기에게 양보한다. 게임 내내 아기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그였지만, 아기에게 우승을 내어준 결말에 충격을 받은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다. 이정재는 "저조차 예상치 못한 결말이었다"면서도 황동혁 감독의 선택에 절대적 신뢰를 보냈다. 황 감독이 그린 결말을 두고 그는 '용기'라고 표현했다. 

이정재는 "영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을 만들었던 황동혁 감독이다. 대중이 뭘 좋아하고, 무엇에 호응할지를 아는 사람이라는 건데, 그런 사람이 자신이 담고 싶은 메시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어떤 반응이 나올지 알면서도 자신의 선택을 했다는 것, 문제적 결말을 택했다. 용기가 대단한 사람이다. 이 감독은 정말 '작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결말의 호불호에 대해 속상한 건 없어요. 성공한 상업 쇼 드라마를 만들고, 엔딩은 예술성 있는 작가주의적으로 끝내는 느낌이잖아요. 그 시도가 좋았어요. 작가성 짙은 작품은 갑론을박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상업 콘텐츠로 시작해서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결말을 내놨다는 게 용기 있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배우 이정재. /사진=넷플릭스 제공


▲ K-콘텐츠의 세계화…이정재 도전은 현재진행형

'오징어 게임' 시즌1의 성공 이후 K-콘텐츠의 세계적 입지는 눈에 띄게 커졌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OTT 플랫폼들의 투자가 활발해지고, 시청자들의 관심도도 높아졌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오징어 게임' 시즌1의 성공 이후 이정재를 비롯한 출연 배우들을 '무명(Unknown)'이라 언급한 일화 등도 이젠 흔히 볼 수 없는 일이 됐다. 

이정재는 국내 대표 톱스타다. 그럼에도 끊임 없이 새로운 도전에 뛰어든다. 영화 '스타워즈' 스핀오프 시리즈 '애콜라이트'에 출연했고 영화 '헌트'를 통해 감독 데뷔도 마쳤다. 배우 임지연과 함께 출연하는 tvN 새 드라마 '얄미운 사랑'으로 오랜만에 브라운관 복귀도 앞두고 있다. 

그는 이렇듯 쉼 없이 새로운 일에 뛰어드는 이유에 대해 "'오징어 게임' 덕분에 많은 경험을 했다. 이 경험들을 동료 배우, 영화 동료들과 함께 꼭 나누고 싶다. 다음 성공은 꼭 그들이 했으면 좋겠고, 이 성공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 콘텐츠 시장이 많이 수축됐지만 회복되길 바라고 있어요. 그런 부분에 대한 약간의 책임감도 느끼고요. 국내에서만이 아니라 해외 영화인들도 많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에요. 지금 기회가 온 것 같아요. 지금은 그들이 저희와 함께 일하길 원하거든요. 이 기회를 등한시 할 수는 없으니까 같이 준비하고 있어요. 쉽지 않지만, 될 때까지 해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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