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비대면 주담대 재개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로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크게 줄었지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8~9월까지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출 규제를 앞두고 이뤄진 주택담보대출이 순차적으로 집행되면서다. 주담대나 비대면 신용대출 등이 전산시스템 정비 완료와 함께 이번 주부터 본격 재개되는 점도 변수다.

   
▲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로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크게 줄었지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8~9월까지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사진=김상문 기자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5조726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말(754조8348억원)보다 8912억원 늘어난 규모다. 일평균 891억원씩 증가한 수준으로, 지난달 일평균 증가액(2251억원)의 40% 수준에 그친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이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2조7600억원이 될 전망이다. 전월 증가액(6조7536억원)과 비교해 40% 수준이다. 특히 주담대(전세자금 대출 포함) 잔액이 600조8023억원으로 전월 말(599조4250억원)과 비교해 열흘 사이 1조3773억원 증가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수도권·규제 지역의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고강도 부동산 대출 규제책을 발표했다. 이달부터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시행되면서 은행권 주담대 신청액은 절반 이상 급감했다. 은행권의 서울지역 일평균 주담대 신청액은 대출 규제 발표 후 첫 주(6월 30일~7월 3일) 3500억원대로 집계됐다. 규제 발표 직전 주(6월 23~27일) 일평균 신청액(7400억원대)과 비교해 52.7% 급감한 규모다.

다만 가계대출 집행의 선행지표인 은행별 대출 신청 승인 추이에는 아직 큰 변화가 없고, 대출 규제 발표 이후 전산시스템 반영을 위해 한시적으로 막았던 비대면 주담대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재개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한 경계감은 여전하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1일부터 6월 28일 이후 계약 건에 대한 주담대 대면·비대면 신청을 재개했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각각 오는 16일, 18일부터 비대면 주담대 신청접수를 받는다.

금융당국은 지난 8일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조정해 다시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6.27 부동산 대출 규제에서 하반기 가계대출 공급 총량을 당초 계획보다 50% 감축하기로 한 데 따른 조치다. 가계대출 총량 규모는 당초 공급계획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하면서 20조원 가량 줄어들 전망으로 은행의 가계대출 속도 조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국은 대출 동향을 지켜보고 필요시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추가 대책으로는 정책대출이나 전세대출 등을 포함한 DSR 적용 범위 확대와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추가 강화 등이 거론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출 규제와 관련해 "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며 "부동산과 관련된 정책은 많다. 공급 확대책, 수요 억제책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