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14일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에 합격한 예비 사무관(제70기 신임관리자과정 교육생) 305명을 대상으로 특강에 나섰다.
‘국민주권시대, 공직자의 길–국민과 함께 만들다’라는 주제로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대통령이 예비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한 것은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특강에서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로 재임 시절의 다양한 경험과 고민을 교육생들과 나누며, 국민주권시대를 만들기 위한 공직자의 역할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의 손에 2025년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려 있다. 권력은 나의 의지를 타인에게 강제할 수 있는 힘이지만, 대신 같은 양의 책임이 따른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관계된 일을 하기 때문에 여러분의 판단, 행동에 따라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수도 있다”면서 “어쩌면 여러분의 손에 사람들의 목숨이 걸려 있다. 작은 신의 역할을 하는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도 결국 5년 동안 고용된 단기 임시직 계약직이다. 5년 후에 또 평가를 받는다”며 “'저 사람 때문에 우리가 좀 더 나은 삶을 살게 됐어'라는 교훈도 있을 수 있겠고, '저 인간 때문에 우리 망했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근데 결국 다 제 손에 달렸고 제 마음에 달려 있는 일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는 청렴해야 된다”고 강조하면서 “나는 부패한 사람으로 온갖 음해를 당했지만, 정말로 치열하게 제 나름의 삶을 관리해 왔다”면서 “제가 성남시장 때부터 수없이 한 얘기인데, 돈이 마귀다. 이 마귀는 절대로 마귀의 얼굴을 하고 나타나지 않는다. 가장 아름다운 천사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 친구, 친척, 선배, 동료, 어쩌면 사랑하는 내 애인의 모습이다”라는 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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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70기 5급 신임관리자과정 교육생들과 오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2025.7.1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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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5급 중간관리자 사무관이라고 하는 것은 다른 공직자들과 다르다. 세상에 새파란 젊은이들한테 남들은 30년 해도 겨우 될까 말까한 5급을 달아주고 거기서부터 출발하게 하는 것이 맞느냐란 주장도 없지는 않다”면서 “그러나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과거제도가 있을 때 흥했고, 음서제도가 횡행하던 시대는 망했다고 확신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훌륭한 인재들 잘 뽑아서 잘 교육해서 바른 마음으로 국가를 책임질 수 있다면 그 나라가 아주 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제가 공직자를 발탁하는 기준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능력보다 방향이다.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 기본자세가 중요하다”면서 “공무원이 스스로 선의를 갖고 한 일에 사후적으로 책임을 묻지 않는 제도와 풍토를 꼭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특강에 이어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서 예비 사무관들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청년 정책, MZ세대 공무원들의 처우 개선 방향, 조직에서 사랑받는 막내가 되는 법 등을 질문하며 공직자로서의 포부와 각오를 밝혔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국민이 반대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묻는 한 예비 사무관의 질문에 이 대통령은 ”나는 집단지성에 대한 신뢰가 높다. 결국 국민들은 다 보고 느끼고 있다”며 “서로 다른 의견을 토론을 통해 차이를 좁히고 조정하되, 결국 조정이 안되면 결단해야 한다. 결단할 힘을 국민이 준 게 바로 권력”이라고 평소 소신을 밝혔다.
이날 특강에서 과거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을 경험한 한 예비 사무관의 질문이 눈길을 끌었다. 10년 전 고등학생이던 시절, 분당-수서간 고속화도로 공원화 사업에 대해 질문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지금은 공원이 완공되어 잘 이용하고 있으며 감사하다는 발언에 이 대통령은 크게 반가워했다.
이 대통령은 “고속화도로를 지하화해 공원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지킬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주민 한 분이 기존 도로 위를 덮어 공원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주셔서 성공했다”며 “국민의 의견을 많이 들으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그게 바로 집단지성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특강 이후 대통령과 예비 사무관들은 구내식당에서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소통의 시간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교육생들과 똑같이 배식판을 들고 배식을 받았으며, 옆에 선 교육생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같은 테이블에 자리한 경기도 지방직 교육생이 이 대통령에게 자기소개를 한 뒤 “경기도청에 가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팁을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붇자, 이 대통령은 “성실함으로 승부 봐야죠”라고 답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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