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고성능 AI 반도체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면서 칩 발열을 제어하는 능력이 반도체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발열 최적화가 제품 수율과 안정적 양산 유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각자 자체 냉각 기술을 고도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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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사진=삼성전자 제공 |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고대역폭 메모리(HBM) 패키지 설계에서 발열 제어 기술을 고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고성능 D램과 로직칩 사이의 열 전달을 최소화하기 위한 구조를 통합 설계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D램을 여러 개 쌓아 만드는 HBM의 경우 적층 수가 많아질 수록 방열, 휨 현상 등이 발생해 이를 해결할 패키징 기술이 필수적이다. 기존에는 서버 단위의 공조 시스템에 의존했지만, AI 연산용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밀접한 통합이 가속화되면서 반도체 내부에서 직접 열을 식히는 등의 정밀 설계가 필요해졌다.
이러한 이유에서 삼성전자는 고성능 D램과 로직칩 연결부에 히트스프레더(방열판)을 일체화하는 설계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이 엔비디아를 찾아 발열 등 기술 이슈에 대해 논의한 것도, 냉각 구조 내재화를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대만 TSMC와 손잡고 차세대 HBM4용 패키지의 열저항을 기존 대비 20~30% 낮추는 공정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이는 고발열 환경에서 작동하는 엔비디아 인공지능(AI)칩 'B100' 등 차세대 AI GPU와의 호환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후공정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사내 게시판을 통해, 과거 LG전자로부터 인수한 청주 테크노폴리스 부지 내 2공장 건물을 철거하고 신규 후공정 시설인 'P&T(Package & Test) 7'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착공 시점과 라인 구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고급 테스트용 패키징 라인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고성능화와 고집적화로 칩의 단위 면적당 발열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한 상황에서, 냉각 기술이 설계 단계부터 내재화되지 않으면 칩 자체가 정상 작동하지 못한다고 업계는 진단하고 있다. 실제로 HBM4는 최대 16단 적층, 초당 2.5TB 이상의 대역폭을 지원하면서 기존 제품 대비 3~4배 수준의 발열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하반기부터 HBM4 양산 체제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DB하이텍 역시 아날로그 및 전력반도체 시장에서 발열 대응 역량을 차별화한 경쟁력으로 키울 가능성이 높다. 고전압·전류 환경에서 작동하는 전력 IC와 센서칩에 최적화한 방열 구조를 설계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고정 고객사가 많은 기업인 만큼, 해당 고객사에 맞는 제품으로 적용해 테스트해볼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냉각 기술은 AI 반도체의 고성능화로 인해 더 이상 외부 시스템에 맡길 문제가 아니라 반도체 자체의 설계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며 "칩 내부의 열 제어 역량이 반도체 기업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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