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노태우 불법 비자금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재계 내에서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 대한 소환 조사는 물론 비자금 환수를 위한 입법 추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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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사진=연합뉴스 제공 |
◆여러 차례 고발에도 노소영 조사는 아직
16일 재계에 따르면 노소영 관장은 검찰에 범죄수익은닉처벌법 위반 및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됐지만 아직까지 소환 조사는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고발인에 대한 조사는 이뤄졌으며, 올해 4월에는 노태우 일가의 금융계좌를 확보해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후로는 수사에 큰 진전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5·18 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식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등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국가 폭력 또는 군사 쿠데타 시도에 대해서는 언제까지나 철저하게 처벌하고, 소멸 시효를 없애서 상속자들에게도 민사상 배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발언에 따라 새 정부 출범 이후 관련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수사는 제자리걸음이라는 게 재계와 시민사회 전반의 평가다.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으로 인해 검찰의 수사 역량이 몰리면서 노태우 비자금 관련 수사는 후순위로 밀린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특히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 대한 조속한 소환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노 관장은 노태우 비자금의 중요 인물로 과거 이혼소송 과정에서 공개한 ‘김옥숙 메모’를 통해 불법 비자금 존재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김옥숙 메모에는 ‘선경(현 SK) 300억’을 비롯해 총 900억 원대의 비자금 관련 내용이 담겨 있었다. 2심 재판부는 이 메모를 증거로 채택하면서 최태원 SK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60억 원, 재산분할 1조3808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계 관계자는 “노소영 관장이 직접 증거를 들고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소환 조사까지 진행돼야 한다”며 “김옥숙 메모와 관련된 자금 흐름에 대해서도 철저히 추적하고, 비자금의 실체를 규명해 환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자금 환수를 위한 법적 장치 마련도 필수
또 재계는 정치권 역시 비자금을 환수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법상 불법 비자금을 확인하더라도 공소시효 지나면 국고 환수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이나 관련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노태우 비자금을 환수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면서 법적 공백을 메우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헌정질서 파괴범'의 재산을 공소권과 무관하게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범죄수익은닉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도 특정 재산이 범죄와 관련됐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범죄자가 사망하거나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에도 몰수할 수 있는 형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다만 민생법안 등 정치 일정에 밀려 해당 법안들의 논의는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여야 모두 법안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는 만큼 해당 법안이 빠르게 국회를 통과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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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사진 |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 "불법 비자금은 국고 환수"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가 노태우 불법 비자금에 대한 세무조사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임 후보자는 지난해에도 국세청이 노태우 비자금의 세무조사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임 후보자는 노태우 불법 비자금에 대해 “법원 재판 기록에서 탈루 혐의가 나왔기 때문에, 세무조사에 착수할 근거가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임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도 노태우 비자금 세무조사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장경태 의원의 “김옥숙 여사는 돈이 없다고 호소했으며, 그 이후에도 100억 원 이상 여러 가지 소득이 발생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증여 과정 납부 과정이 있는데 이런 과정들 비자금은 끝까지 처벌하고 국고로 환수하는 것이 518 정신 아니겠냐”는 질의에 대해 임 후보자는 “모두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어 장 의원은 “제가 전두환 노태우 비자금 몰수법 발의했고, 박준태 의원도 비슷한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자금이 제대로 회수될 수 있도록 장관께서도 업무행정에 신경 써 주시기를 요청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 후보자는 “명심하겠다”고 강조했다.
재계 내 한 관계자는 “노태우 비자금은 국민의 기억에서 잊혀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사안으로, 이에 대한 조사도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에 이어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도 의지를 보인 만큼 철저한 진상 규명과 환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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