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재명 대통령은 16일 4·16 세월호 참사, 10·29 이태원 참사, 7·15 오송 지하차도 참사, 12·29 여객기 참사 유가족 200여명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간담회를 가졌다.
이른 바 ‘사회적 참사’라 불릴 정도로 온 국민에게 충격을 준 사고로 가족을 잃은 이들을 위로하기 위한 행사를 연 것에 대해 대통령실은 “모든 국민의 아픔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사실 이 자리는 이 대통령이 과거 민주당 대표 시절 6월 12일 이태원 참사 현장을 방문한 당일 대통령직에 오를 경우 이날 행사를 지시한 것이라고 한다. 행사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각 부처의 추모지원단에 의해 인솔되어 전국 각지에서 출발해 청와대 영빈관에 도착했다.
또 이 자리에 유가족의 요청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답변을 위해 정부 측에서 강희업 국토부 제2차관, 김광용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김성범 해수부 차관,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 권창준 고용부 차관, 이동옥 충청북도 행정부지사,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도 강훈식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전성환 경청통합수석, 문진영 사회수석, 봉욱 민정수석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먼저 정부를 대표해서 참사 유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그간 세월호 참사(2017년, 대통령), 12·29 여객기 참사(참사 당일,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토부 장관)에 대한 정부 측의 사과는 있었으나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한 정부의 공식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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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사회적 참사 유가족 간담회를 하며 유가족 발언을 듣고 있다. 2025.7.16./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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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 사회가 생명보다 돈을 더 중시하고 안전보다는 비용을 먼저 생각하는 잘못된 풍토들이 있었기 때문에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될 정부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 그리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 한 점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정부를 대표해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 발언 이후 자리에서 일어나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객석에선 흐느끼는 소리가 나왔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유가족들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이 사죄의 말씀으로 떠난 사람들이 다시 돌아올리도 없고, 유가족들의 가슴속에 맺힌 피멍이 사라지지지도 않겠지만, 다시는 정부의 부재로 우리국민들이 생명을 잃거나 다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늘 여러분들의 가슴 속에 있는 말씀을 있는 대로 많이 들어보도록 하겠다. 아마도 이런 자리를 참으로 오래 기다리셨을지도 모르겠다”며 “충분한 진상규명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충분한 배상이나 보상, 또 충분한 사과나 위로의 이야기도 없었다고 생각되실 것이다. 오늘 여러분이 주신 말씀을 충분히 검토하고 가능한 모든 범위 안에서 필요한 일들을 최선을 다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참사 유가족 대표들의 발언이 있어졌고, 유족들은 참사 이후 수년간 마음에 쌓아왔던 이야기를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다. 이날 2시간 가까이 이어진 유가족들의 질문에 이 대통령과 각 부처 관계자가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엔 세월호 참사 유가족 중 안산에서 올해 4월 열린 11주기 기억식 당시 이재명 대선 예비후보에게 ‘대통령이 되시면 세월호를 잊지 말아달라’는 쪽지를 직접 건넨 한 아버지도 참석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 가운데 딸이 희생된 이후 실직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유족과 어머니의 희생으로 가족 전체의 일상이 송두리째 달라진 유가족의 가슴 아픈 사연도 전해졌다.
유족 대표들의 발언에선 최은경 오송 참사 유족 협의회 대표는 이 대통령을 향해 “소통의 자리를 만들어줘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재난 원인 조사 및 국정조사 추진, 책임자 처벌 및 지방정부 지원, 재난 유가족 지원 매뉴얼 법제화, 추모비 설립 및 임시 추모공간 조성, 심리 회복 프로그램 시행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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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사회적 참사 유가족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7.16./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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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정부를 향해 “한 번만 만나달라, 159명의 억울함을 제발 들여다 봐달라, 아이들의 이름과 꿈을 잊지 말아달라 했지만 돌아온 건 차갑고 긴 침묵뿐이었다”라면서, 정부의 진정성 있는 조사와 애도, 참사 관련 정보 공개, 참사로 상처받은 이들 보듬기 등을 요청했다.
김유진 12·29 여객기 참사 유가족 2기 대표는 “고통과 상실감 속에 울부짖는 저희를 위해 소중한 자리를 마련해준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특별법 개정을 통한 진상규명, 항공철도 조사위원회 독립, 둔덕과 항공 안전 시스템에 대한 전수 점검, 트라우마 센터 등 국가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기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오늘 이 자리가 의견을 듣고 위로만 하는 자리가 아니라 사회적 참사로 고통을 견뎌내고 살아가는 유가족들의 당면 과제를 확고한 의지로 해결하겠다는 약속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행사 말미에 이재명 대통령은 “사고도 마음 아픈데 사고 후에 책임자인 정부 당국자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가 더 마음 아팠을 것”이라며 “안전한 사회, 돈 때문에 생명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 사회, 목숨을 비용으로 치환하지 않는 사회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시간 제약으로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한 유족을 위해 영빈관 입구에 ‘마음으로 듣겠습니다’라는 편지 서식을 비치했다. 이를 통해 모든 참석자가 대통령에게 바라는 의견을 자유롭게 작성해 제출했으며, 추후 이 대통령이 직접 모든 유가족의 목소리를 확인할 예정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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