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안방에서 열린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20년 만에 우승했다. 희박했던 우승 가능성이 현실이 되자 신상우 감독은 그 누구보다 감격에 겨워했다.
신상우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대표팀(FIFA랭킹 21위)은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 여자부 최종 3차전에서 대만을 2-0으로 꺾었다. 지소연(시애틀레인)의 페널티킥 선제골과 장슬기(경주한수원)의 쐐기골이 승리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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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20년 만에 E-1 챔피언십 정상에 올라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
1승 2무를 기록한 한국은 중국, 일본(이상 1승 2무)과 승점 동률을 이뤘다. 이번 대회는 승점-승자승 순으로 순위를 가린다. 두 팀 이상 승점이 같을 경우 승점이 같은 팀끼리 대결에서의 승점-골득실-다득점 순으로 순위를 정한다. 한국, 중국, 일본 세 팀은 상대팀과 대결에서 모두 비겼기 때문에 승점과 골득실까지 같았다. 이에 세 팀간 경기에서의 다득점(한국 3골, 중국 2골, 일본 1골)에서 한국이 앞서 우승이 확정됐다.
한국은 E-1 챔피언십 여자부 원년인 2005년 대회 우승 이후 20년 만에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대회 최우수선수(MVP)로는 장슬기가 선정됐다.
다득점까지 따진 끝에 한국의 우승이 결정났지만, 더욱 극적인 것은 이날 앞서 열린 중국-일본 경기가 0-0 무승부로 끝났다는 사실이다. 만약 중국-일본전이 무승부가 아니었다면 이 경기에서 이긴 팀이 2승 1무(승점 7)로 우승이었다. 또는 중국과 일본이 2골 이상씩 넣으며 비겼다면 한국이 다득점에서 밀려 중국에 우승을 내줬을 것이다.
한국은 FIFA 랭킹이 더 높은 일본(7위), 중국(17위)과 잘 싸워 비긴데다 중국-일본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는 상황이 어우러져 정상에 올랐다. 실력과 운이 함께 따랐기 때문에 거둘 수 있었던 우승이었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신상우 감독도 "1%의 가능성이 현실이 됐다. 그래서 더욱 기쁘고, 정말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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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1 챔피언십에서 20년 만에 우승을 이끌어낸 신상우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
다음은 신상우 감독과 일문일답.
- 경기를 마친 소감은?
우리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경기장에서 뛴 선수 말고도 벤치에서 응원해준 선수들에게도 감사하다. 묵묵히 지원해준 스태프에게도 감사하다.
- 세대교체를 진행하는 와중에도 대회 우승에 성공했다.
너무 기뻐서 할 말이 생각이 안날 정도다. 문득 떠오르는 건 축구는 랭킹으로 하는 게 아니고, 공은 둥글다고 말했는데 선수들이 그걸 해줘서 다시 한번 선수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 일본과 중국이 0-0으로 비기며 우승 기회가 찾아왔다. 이런 기회가 올 거라 생각했나?
아이러니하게도 오늘 경기하기 전에 스태프에게 '간절하게 원하면 우리에게 기회 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1%의 가능성이 현실이 됐다. 그래서 더욱 기쁘고, 정말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 선수단에게도 우리에게 행운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그런 예감이 드는 배경이 있었나?
소집 첫 날부터 선수들의 눈빛이 달랐다. 미팅 때부터 고참 선수들의 간절함이 느껴졌다. 그런 간절함에 어린 선수들도 잘 따라줬다. 훈련할 때 모습과 행동을 보며 우승할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내년 아시안컵과 내후년 월드컵을 앞둔 상황에서 오늘 우승이 어떤 의미가 있나?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니지만 신구 조화가 한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중요한 우승이었다. 오늘 하루는 선수들에게 마음껏 즐기라고 하고 싶다. 나도 오늘 하루만 즐기겠다. 이후에는 10월과 11월 A매치 기간이 있는데 그때까지 경기를 관전하러 현장에 다니겠다.
- 공격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지만 전반에는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 우승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전반을 마친 후 어떻게 선수들을 다독였나?
전반이 끝나고 포메이션 변화를 줬다. 선수들에게는 전반은 생각하지 말자고 했다. 생각해도 돌이킬 수 없기에 전술 변화 속에서 우리가 해왔던 것들을 주문했다. 그런 점을 선수들이 잘 수행해줘서 득점하게 됐다.
- E-1 챔피언십이 가지는 의미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년 아시안컵과 연계돼있고, 여자축구 상위 랭킹 팀들과 경기하기에 그런 점에서 선수들이 아시안컵 전에 치러진 단기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서 자신감과 기량 향상이 될 것 같다. E-1 챔피언십은 여자축구에 소중한 대회라고 생각한다.
- 장슬기가 MVP가 됐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장슬기는 리그에서도 나이가 있는 고참에 속하지만 풀백으로서 가장 퍼포먼스가 좋은 선수다. 그런 모습을 잘 유지했고, 대표팀에서도 솔선수범하고 고참으로서 책임감을 더 가졌기에 좋은 플레이가 나왔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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