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17년간 히어로즈 한 팀에서만 지도자 생활을 했던 홍원기 감독이 구단에서 전격 해임돼 팀을 떠났다. 홍 전 감독은 해임 결정이 난 이틀 뒤 장문의 글로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면서 심경을 전했다.
홍원기 전 감독은 16일 자신의 개인 SNS에 히어로즈와 추억이 담긴 사진 여러 장을 올리면서 "키움 히어로즈에서의 제 지도자 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직접 팬 여러분께 인사드릴 기회가 없어, 이렇게 SNS를 통해 글로나마 마음을 전한다"로 시작되는 글을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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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원기 감독이 키움을 떠나는 심경과 팬들에 대한 작별 인사를 전했다. /사진=홍원기 감독 인스타그램 |
앞서 키움 구단은 지난 14일 홍원기 감독과 고형욱 단장, 김창현 수석코치를 보직 해임한다고 발표했다.
키움은 지난 두 시즌 최하위를 한 데 이어 이번 시즌에도 전반기 종료 현재 27승 3무 61패의 저조한 승률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세 시즌 연속 꼴찌가 확실시 되는 상황이니, 감독 경질은 '그럴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시즌 도중 감독과 단장, 수석코치를 한꺼번에 해임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또한 키움의 수 년간 성적 부진을 홍 감독의 지도 역량 부족 탓으로 돌리는 듯한 이번 해임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 모기업 없이 네이밍 스폰서 체제로 구단을 운영하는 키움이 그동안 '선수를 팔아' 구단을 운영해왔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최근 2년간 키움을 떠난 선수만 해도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LA 다저스), 조상우(KIA 타이거즈) 등 팀 전력의 핵심이었다. 당연히 돈이 많이 드는 외부 FA(자유계약선수)나 비싼 외국인선수 영입은 못했다. 팀 전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 기본적인 해결책 없이 감독, 단장 등을 한꺼번에 바꾼다고 해서 올 시즌, 또는 다음 시즌 성적 향상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이에 프로야구선수협회가 16일 성명서를 내고 특정인을 위한 파행적인 구단 운영을 하는 키움이 승점 자판기로 전락해 KBO리그의 질을 떨어뜨려 흥행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선수들의 권위를 실추시킨다며 강력 성토하기도 했다.
홍원기 전 감독은 2009년 키움에서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2021년부터 정식 감독으로 부임했다. 2022년에는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진출시켜 준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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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움 마스코트 턱돌이와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홍원기 감독. /사진=홍원기 감독 인스타그램 |
이런 홍 전 감독이기데 갑작스럽게 팀을 떠나게 된 소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홍 전 감독은 키움에서 지도자로 보낸 17년 세월을 돌아보면서 그동안 성원해준 팬들에게 깊은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키움에 대해서는 "이제는 야구장 밖에서, 조금 멀리서 이 팀을 지켜보려 한다"는 많은 의미가 담긴 심경을 밝혔다.
다음은 홍원기 전 감독의 SNS 글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홍원기입니다.
키움히어로즈에서의 제 지도자 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되었습니다. 직접 팬 여러분께 인사드릴 기회가 없어, 이렇게 SNS를 통해 글로나마 마음을 전합니다.
감독실을 정리하다 보니 많은 장면들이 스쳐 지나가더군요. 2022년, 그 가을 무대에 다시 올랐던 순간엔 정말 전율이 돌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감독으로서 처음 승리를 거뒀던 날의 긴장과 기쁨, 감독 취임을 공식 발표했던 날의 설렘도 아직 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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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으로 100승 덜성 당시 이정후의 축하를 받고 있는 홍원기 감독. /사진=홍원기 감독 인스타그램 |
그리고 부산에서 거둔 100번째 승리. 숫자 '100'이 주는 무게와 책임감이 그날 따라 유난히 크게 다가왔던 기억도 납니다. 돌이켜보면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2009년 코치로 시작해 어느덧 17년이라는 시간을 이 팀과 함께했습니다. 코치 시절 입단했던 송성문 선수가 이제는 주장으로 팀을 이끄는 모습을 보니 정말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최근 팬 여러분들께서 보내주신 300여개가 넘는 메시지들, 하나하나 직접 답변드리진 못했지만 모두 읽었습니다. 그 안에 담긴 진심 어린 응원과 따뜻한 말들, 정말 큰 힘이 되었고, 깊이 감사드립니다.
긴 시간 동안 성적과 관계없이 늘 퇴근길을 뚫고 응원하러 와주시던 팬분들, 뛰어와 선물을 건네주시던 분들, 그리고 손편지로 마음을 전해주시던 분들까지... 그 마음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 팬분이 직접 만들어 관중석에서 들고 계셨던 '원기 매직'이라는 플래카드. 저를 닮았다고 정성껏 만들어주신 캐릭터 키링, 어린 학생팬들이 감사하다며 건네던 편지들과 선물, 그 외에도 수많은 응원과 따뜻한 마음들이 지금도 하나하나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그런 팬분들 덕분에 끝까지 힘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야구장 밖에서, 조금 멀리서 이 팀을 지켜보려 합니다. 그래도 마음만은 여전히 그라운드를 향해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마주치게 된다면, 저도 그날은 한 명의 팬으로서 누구보다 큰 박수를 보낼 겁니다.
우리 선수들, 남은 시즌 다치지 말고 끝까지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팬 여러분도 선수들을 믿고, 마지막까지 뜨거운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애써주신 구단 현장 직원 여러들분께도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 꼭 전하고 싶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늘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 홍원기 드림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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