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올해 상반기 국내 LCC(저비용항공사)들이 국제선 승객 수에서 대형항공사와 외국 항공사를 모두 앞질렀지만 출혈성 가격 경쟁과 운영비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 업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
17일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올해 1~6월 국내 공항 국제선 총 여객 수는 4582만9686명을 기록했다. 이 중 국내 LCC 8개사의 국제선 이용승객 수는 1578만1630명으로 전체의 34.4%를 차지했다. 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친 대형항공사(FSC)의 승객 수 1565만6395명(34.2%)을 12만여 명 상회하는 수치다. 또 외국 항공사의 승객 수 1439만1661명(31.4%)보다도 140만 명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LCC가 국제선 승객 수에서 대형항공사를 추월한 것은 2023년이 처음이었다. 이후 올해까지 3년 연속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엔데믹 전환 후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중단거리 관광 노선에 집중하면서 승객 수를 크게 늘려온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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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항공 항공기./사진=제주항공 제공 |
다만 작년 말과 올해 초 발생한 항공사고가 일부 LCC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제주항공은 무안공항 사고 이후 운항 편수를 줄이면서 여객 수가 전년보다 16.9% 감소했고, 에어부산은 1월 김해공항 화재 여파로 운항 차질을 빚으며 탑승객이 5.9% 줄었다.
반면 다른 LCC들은 적극적인 노선 확대와 신규 취항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스타항공은 새 항공기 4대를 도입하고 인천-도쿠시마·알마티, 부산-치앙마이 등 다수 노선에 취항하면서 승객 수가 74만 명에서 135만여 명으로 81.2% 급증했다. 진에어는 11%(34만여 명), 에어로케이는 58.8%(21만여 명), 티웨이항공은 5.8%(18만여 명)의 승객 증가를 기록했다.
전체 LCC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대형항공사와 격차가 줄었다. LCC의 총 여객 수가 1년 새 52만 명 증가에 그친 반면, 대형항공사는 150만 명가량 늘어나면서 양측 점유율 격차는 2.6%포인트에서 0.2%포인트로 좁혀졌다.
승객 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LCC들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2분기 주요 LCC들의 영업손실 규모는 전년보다 커졌거나 적자전환할 전망이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은 각각 483억원, 3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가 지속될 전망이다. 진에어는 51억 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부산은 7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이지만 전년 대비 60% 이상 줄어든 수준이다.
LCC 실적 악화 주요 요인으로는 출혈 경쟁이 꼽힌다. LCC들 간의 치열한 가격 경쟁은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발생한 일련의 사고로 LCC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자 LCC은 더 낮은 운임으로 수요를 확보하려 했고, 각 항공사마다 여객을 확보하기 위해 저가 티켓을 경쟁적으로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촉발된 초저가 경쟁이 수익성 악화에 불을 지폈다. 또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각 항공사들이 초특가 프로모션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가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운임이 저렴한 중단거리 국제선 수요가 LCC에 집중됐고, 여객수는 크게 증가했다"면서도 "LCC들 간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LCC 업계는 수익구조 다변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단순한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항공사별 특화 서비스를 통한 차별화, 노선 다양화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제유가, 환율 등에 큰 영향을 받는 여객 매출과 달리 비교적 외부 환경에 영향을 덜 받는 부가 매출 확보에 주력하면서, 보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진에어는 최근 기내식과 사전 좌석지정이 포함된 '밀팩' 서비스를 출시했다. 비빔밥, 열무비빔국수 등 총 15종의 기내식 메뉴를 구성해 선택 폭을 넓히고 할인형 번들 구성으로 가격 메리트를 부여했다. 제주항공은 반려동물 동반 탑승객을 겨냥한 유료 멤버십 '펫 멤버십'을 도입했다. 연간 이용권 형태로 반려동물 운송 서비스 무료 제공, 수하물 우선 처리, 위탁 수하물 추가 제공 등의 혜택이 포함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3분기에는 휴가철 수요 증가로 어느 정도 실적 개선이 예상되지만 근본적인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무분별한 가격 경쟁보다는 서비스 품질과 운영 효율성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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